① 반면, 피해자 A는 수사기관, 1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피해를 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 진술은 일부 사소한 사항에 관하여 다소 비일관된 모습을 보이나, 주요 사항에 관하여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있고,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한 경우, 범행의 과정 및 태양, 범행 후의 정황, 피해자의 감정 등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도 풍부하며,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사정에 대한 진술까지 포함되어 있어 이를 경험하지 아니하고 허위로 지어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② 피해자는 @@모텔에서 피고인에게 추행을 당한 후 모텔 직원 등에게 피해사실을 알리는 등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의 숙소인 ##모텔에 이른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의 숙소까지 간 것은 피고인과의 합의하에 신체 접촉 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 피해자 모텔 간 것은 맞으나 강제로 당한 것 주장
그러나 피해자 A의 1심 법정 진술은
[피고인이 강제로 A를 눕히고 바지를 벗기려고 하기에 피고인을 밀쳐내려 하였지만 몸이 눌려있는 상태였고 피고인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 꼼짝할 수가 없었으며,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속옷까지 전부 다 벗은 피고인의 흉측한 모습을 본 후 그냥 숙소에 안전하게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모텔에서 나올 때 프런트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사실은 없고, 너무 무섭고 멘붕 상태가 와서 그냥 숙소에만 안전히 들어가자는 생각만 했다]
타인 사이가 아니라 직장 상사인 피고인이 갑자기 범죄자로 돌변한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 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한 피해자의 태도가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모습으로서 이례적인 것이라고 인정되지도 않는다.
(설령 피해자의 행위태양이 일반적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고 보더라도, 피해를 입은 후 피해자의 행위태양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밖에 없으므로, 피해자의 행위태양에 일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쉽사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모텔투숙
3. 피고인, 피해자 호의적 태도 보였다는 주장
③ 또한 피고인은, A와 술집에서 단 둘이 술을 마셨는데, 그때 A가 피고인의 팔을 잡거나 팔짱을 꼈고, ##모텔에 이르러 A가 묶고 있는 객실까지 엘리베이터를 탈 때 A가 피고인의 허리를 감싸 안은 사실이 있다면서 이러한 정황도 피고인과의 A가 합의하에 신체접촉 행위를 한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추측 또는 가능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나, 이러한 사정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들이 이 사건 범죄사실이 발생할 수 없도록 하는 정황이라고 할 수는 없고, 범죄사실과 병행할 수 있는 사실의 열거 내지는 주장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된다고 볼 수 없다.
4. 범행 후 정황상 피고인 진술 신빙성 결여
④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동의하에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던 것이라면 이 사건 당일 오후 피해자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나 이 사건 당일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와의 대화 과정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취지의 말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 전에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는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러면 안 되는데, 순간적인 분위기에 취해 피해자와 신체접촉 행위를 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피해자측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약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에 의해 무고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 ‘죽을 죄를 졌다. 무릎 꿇고 사과할 기회를 줘라. 미안하다. 한번만 살려줘라. 용서해줘’라고 할 정도로 괴로운 심정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밝힘으로써 누명을 벗으려고 애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5. 결론 : 합의하 신체접촉 아님
위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상태와 대응태도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피고인의 태도는 피해자와 합의하에 신체접촉 행위를 한 피고인의 모습이라고는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인천지법 2017. 9. 15. 선고 2017노1965판결, 성폭력처벌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 대법원 확정]
6. 유사 사례(위력행사 유무)
(1) 사건개요
60대 연령의 회장이 20대 여성직원과 식사 자리를 마련한 후 음식점에서 옆에 오게 하여 추행하고 호텔로 데려가려 하였으나, 호텔 로비에서 다른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에 가서 신고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강제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
(2) 법원판단
2심유죄 : 피고인은 음식점 내에서 피해자의 신분상 불이익을 준다는 어떠한 언사나 거동을 한 적이 없고 위력을 행사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회사 내에서의 지위와 담당 업무 및 나이 차, 사회경험의 유무, 친밀함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피고인의 지위나 권세는 그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인 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실질적인 업무나 고용관계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내용의 진술 유무에 따라 위력의 행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범행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할 수 있고, 이를 포함한 검사 제출의 증거를 종합하여 공소사실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서울중앙지법 2020. 1. 16. 선고 2019노689판결, 성폭력처벌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 대법원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