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내용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를 도피시킨 혼외 자녀가 범인 은닉 혐의로 기소된 경우, 형법상 친족간 특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심·항소심은 자연적 혈연관계가 인정되는 부자(父子) 관계에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규정에 해당된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친족의 정의가 법률상 명백하기 때문에 이를 유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024년 11월 28일 범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도10272).
2. 기초사실
A 씨는 호남 지역 폭력 조직의 부두목 B 씨의 혼외자이다. B 씨는 2019년 5월 광주의 한 노래방에서 50대 사업가를 감금·폭행해 사망하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9개월간 수사기관을 피해 도피 생활을 했다.
A 씨는 생부(生父)인 B 씨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해 7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B 씨를 여러 차례 만나 800만 원의 도피 자금을 제공했다. 또한 자신의 지인을 통해 은신할 장소와 대포폰 등을 확보하는 등 B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3. 하급심
1심은 A 씨에 대해 형법 제151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친족 간 특례조항이 적용돼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규정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당사자를 위해 범인은닉죄 또는 범인도피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
1심은 “여기서 친족이란 민법 제777조에 따라 배우자, 8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의 인척을 말한다”며 “이는 법률상 친족을 말하므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는 위 조항에서 말하는 친족에 해당하지 않지만, ‘혼인외의 출생자’에 대해선 이 조항이 유추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례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를 제외하고 있지만, 사실혼은 언제든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형성과 해소가 가능한 데 비해 자연적 혈연관계의 존재는 혈연을 요소로 하는 자연적인 사실이고 과학적 증명의 대상이 되므로 양자를 같은 평면에서 비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항소심도 이와 같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검사는 상고했다.
4. 상급심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앞선 대법원 판례(2003도4533, 2018므11273 등)에 따라 해당 규정에서 말하는 친족은 민법이 정한 법률상 친족을 말하고, 혼인외 출생자의 경우 부자 관계는 부의 인지에 의해서만 법률상 친자 관계가 발생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생부가 혼인외 출생자를 인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률상 친자 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규정에 따른 처벌·불처벌의 결과는 오롯이 ‘친족 또는 동거가족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본인과 행위자 사이의 구체적·개별적 관계나 상황을 따져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불가능성 유무에 따라 유추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유추 적용을 허용하면 기준이 불분명해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이로 인해 형사 처벌의 불균형이라는 잘못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부가 인지하지 않아 법률상 친자 관계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생부와 혼인외 출생자 사이의 자연적 혈연관계로 말미암아 도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
2025. 1. 2. 법률신문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975967575(형법상 친족간 상도례 적용되어 처벌받지 않은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