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엄수사, 수사기관 경쟁으로 혼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까지 수사 경쟁에 나섰다.
법조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부터 우려 됐던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출범 하더라도 추후 언제든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 중복수사, 심각한 결과 초래
수도권 법원의 부장판사는 “지금처럼 수사기관들이 중구난방으로 조사하면 진술은 물론 조사자나 조사 방향도 모두 달라 통일성을 이루지 못해 추후 진술 신빙성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절차적으로도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이 기관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판단하면 강제수사가 모두 위법수사가 되어버리는데 컨트롤 타워가 망가져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 각계 반응
(1)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변호인 입장에서는 중복 수사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추후 법원이 수사권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졸속으로 처리해 벌어진 문제”라고 꼬집었다.
(2) 이종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그동안 우려했던 수사기관 간 중복수사 문제가 종합적으로 노출됐다”며 “경찰은 법원의 중복수사 지적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신청하던 영장을 갑자기 공수처에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하여 ‘중복영장청구’의 문제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이 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형사소송법적으로 허용되기 어려운 소위 ‘예비적’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헌법을 유린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라도 적법절차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조직의 문제로 인해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불필요한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각 기관이 차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피의자의 인권이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4. 각 기관별 평가
[검·경·공 수사권은 어떻게 봐야 할까]
법조에선 어느 기관에 수사권이 있다고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1) 형사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 청구를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서 한다고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체계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라며 “검찰에 수사권을 인정하든, 경찰에 수사권이 있으니 경찰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를 하든 어느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수처의 경우엔 이첩을 요구한 뒤 이첩 받아 수사를 해야 하는데, 이첩도 안됐는데 두 갈래로 수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영장을 이중으로 청구해 다른 판사에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만약 한 기관의 청구가 기각돼 예비적 청구에 대해 판단 받는 것은 형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 반면 경희대 로스쿨 원장을 지낸 정형근 변호사는 “검찰의 경우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검찰청법에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발부된 구속영장 사유처럼 경찰공무원의 범죄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해석상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죄라는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것인 만큼 법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선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이 보다 적법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3) 검찰수사의 우려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권의 경우, 대통령과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는 다르다”며 “대통령을 피의자로 할 경우 직권남용은 헌법상 대통령이 직을 상실하기 전까진 형사 소추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써 검찰이 대통령을 내란죄 수사 대상으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4) 서울 소재 로스쿨의 한 형법 교수는 “내란은 경찰과 공수처가 담당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경찰과 공수처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권을 두고 씨름하며 수사가 늘어지는 것보다 양 기관이 소통하며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5. 특검이 해결책
[특검 출범 뒤 일단 마무리 될 듯]
법조에서는 향후 다른 사건에서 동일한 수사권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검 수사의 경우 절차대로 진행하더라도 향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중복 수사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1) 이종수 교수는 “검찰은 이번 내란사건에서는 일단 수사권을 인정받았지만 향후 직권남용죄를 바탕으로 한 ‘관련 범죄’ 수사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는 법원이 검찰청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특검 출범 가능성도 높아 다행히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 노출된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적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2) 수도권 법원의 부장판사는 “영장 단계에서는 수사 권한을 인정하는 요건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법원에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현재 그 같은 컨트롤 타워를 할 수 있는 장관 등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처-
2024. 12. 14. 법률신문, 중구난방 계엄수사…위법수사 논란 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