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범죄 해결 열쇠, 피해자
피해자의 심리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알아두는게 필요한 이유는, 특히 사건 초기라면 성범죄의 해결 여부가 피해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거나 문제 삼지 않으면 사건이 되지 않는다. 반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고 있고, 그래서 신고, 고소, 고발 등 어떤 통로로든 경찰에 사건이 알려지면 그때 비로소 ‘성범죄 사건‘이 되겠다.
피해자 심리와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이 있다. 성범죄 피해자는 사기나 절도 등 일반 재산범죄 피해자나 혹은 상해나 폭행과 같은 폭력범죄 피해자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2. 성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한 상담 메뉴얼
[성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한 상담 메뉴얼](한혜순, 이승은, 한국여성상담센터, 2007. PP. 14~33. 글 수정 보완)을 보면,
피해자의 심리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설명으로 모든 성범죄 피해자 심리를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한다.
성범죄는 통상 여성의 통제력, /정체성, /관계성, /자기 가치감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그 결과 피해자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대상화‘와 여성의 자존감과 자기됨의 주체성을 부인하게 된다. 또 여성에게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여성성‘의 상징인 신체부위의 공격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상당히 심각할 수 있으며 성적 수치심을 갖게 된다.
3. 힘의 관점(무력감, 통제력상실)
성범죄 상황은 피해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타인에 의해서 스스로의 안전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성적 결정권과 안전이 박탈되는 경험을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성범죄 피해는 어린 시절의 의지, 욕구, 자기 효능감으로 지속적으로 껶여온 과정이기 때문에 무력감과 관련이 깊다(Finkelhor & Brown, 1985). 결국 피해자는 외적 환경이나 내적 욕구에 대한 통제력, 성에 대한 통제력(성에 대한 선택 결정권)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통제력의 상실은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특히 학습된 무력감은 피해자들에게 유사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를 경험하고, 반복적인 성범죄 피해에 노출하게 된다. 이런 반복적인 피해상황 노출은 피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우울감, 또 다시 피해에 노출될 것 같은 불안감 등의 후유증을 가져온다.
또 자신이 무력하게 피해를 당하고, 자신의 피해상황을 은폐하고 침묵을 강요한 가해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위 분노감정이 가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피해자 자신에게 향할 경우에는 심각한 자살 등 자해행동이나 일탈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4. 자기비난의 감정(수치심, 자책감, 순결상실감)
어린 시절에 성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자신이 성범죄 피해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졌고,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자신이 나쁜 아이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피해사실을 말했을 때 주위 가족들이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았을 때 자기비난과 자책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왜곡된 통념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자신이 더럽혀지거나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더구나 자신이 좀 더 저항을 했더라면 혹은 자신이 특정행동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면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기비난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성범죄 피해가 인권을 침해받은 폭력 행동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순결을 빼앗긴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성범죄로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치심을 경험한다. 수치심은 피해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또 성범죄가 가해자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이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성범죄에 자신이 함께 가담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죄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죄책감은 성범죄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 자신을 부끄러운 존재로 생각하도록 할 수 있다.
더구나 여성의 순결의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성범죄로 인한 공격으로 순결을 상실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피해자가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것보다는 순결을 상실했다는 부분을 더욱 문제시하게 되고 순결을 상실한 여성은 문제 있거나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사회통념은 피해자들에게 성범죄로 인해 자신이 더럽혀지거나 흠집이 났고, 다른 사람에게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는 불안과 좌절감을 경험한다.
5. 중요성의 관점(자기 가치감의 저하)
피해자들은 피해 경험 시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느꼈기 때문에 자신을 중요하게 보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을 가해한 가해자의 욕구가 피해자인 자신의 욕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친족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가족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거나 부인한다면 피해자는 더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가족들의 부인은 피해자의 실제 경험을 부인하게 되므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분간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성범죄 피해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평가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더구나 거절이나 학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기를 거부한다.
“내가 중요하면 눈에 띄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시 피해를 당하게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생각들은 자신이 중심이 되고 중요하게 되는 과정을 회피하게 된다.
그 결과 성범죄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자신이 어떠한 인격도 없는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아동기에 반복된 성범죄 피해는 피해자에게 느낌과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욕구의 대상으로 인식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나 가치감을 느낄 수 없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통념에 의한 자기비난이나 순결 상실감과 연결되어 자신은 더 이상 가치 있거나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어 심각한 자존감의 손상을 입게 된다.
6. 관계성의 관점(소외감, 고립감)
성범죄 피해는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대인관계는 고립에서부터 극도의 정서적 의존까지 다양한 양태를 보인다. 극도의 의존적인 피해자들은 너무나 방임되는 것이 두려워 어떠한 정서적 애착일지라도 심지어 학대일지라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타인을 즐겁게 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개인적 욕구는 대인관계의 유대욕구보다 이차적이다. 이들은 정서적 친밀감을 원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정서적 친밀감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친밀하게 되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판 불가피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정서적으로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스포츠, 일로써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때로는 이러한 유대마저 전혀 맺지 않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성범죄 피해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도 소극적이 될 수 있고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것은 “남다른 문제”를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남들과 다르고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릭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결과 대인관계에서의 소외감과 고립감을 경험하게 되고 위축되고 자신감 없는 대인관계를 갖게 되거나 아예 대인관계를 회피할 수도 있다. 특히 아는 사람에 의해 성범죄 피해를 받는 경우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대인관계의 패턴이나 관계 형성의 방법들, 가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상대방이 나에게 피해를 줄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민감하게 된다. 더불어 사람에 대한 신뢰나 믿음,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자신의 판단이나 선택기준에 혼란이 오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7. 주체성의 관점(정체성)
성범죄 피해자들은 성적 대상화의 당사자로서 극단적인 불평등의 관계에 놓이게 하며 피해자는 자신의 욕구, 의사, 감정은 무시되고 가해자의 욕구대상으로 성적 대상물이 되는 과정이 되어 피해자는 자신의 존재 가치가 부정되고 자신의 무권력을 확신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이 인간 존재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 자신의 삶에 주인이 자신이라는 주체성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 스스로 일관적인 태도로 자신을 보지 않기 때문에 신뢰감을 갖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8. 피해자 치유프로그램의 주요 쟁점
그래서 피해자들의 분노를 어떻게 다룰지, 피해자들의 자기비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순결상실감을 어떻게 다룰지, 성범죄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성범죄로 인한 손상 받은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출처-
어쩌다 성범죄자, 노인수변호사, 순눈.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030638258(성폭력 피해자가 고소하였으나 불송치결정난 경우 : 무고죄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