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피해자

★★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되는 4가지 이유 ★★

1. 성폭행 피해자 진술은 늘 불안

‘배척’이란 ‘니 말 못 믿겠어’이다. 과거에는 약간의 모순만 있어도 의심스런 눈길로 쳐다봤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안 된다. 대법원 2020도2473 판결은 항소심에서 무죄였던 사건을 파기하고 환송시킨 판례이다. 이 판례는, 법관이라면 모름지기 아래처럼 4가지 가이드라인을 갖고 성폭행 피해자의 진술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 합리적 의심

첫째,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게 아니면 피해자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 의심이란 무엇일까? 다음 판례에서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위 판례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과거부터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성범죄의 피해자 진술’에까지 적용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 의심이란 뭘까? 과학에서 말하는 법칙은 단 1의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다.

99번까지는 법칙대로 결과가 관측되어도 마지막 한 번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 그건 법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가능한 모든 의심을 한다.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극히 예외적인 것까지 다루기 때문이다. 이것이 위 판례에 나오는 ‘모든 의문’이다. 반면 법률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의심’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따지기는 하지만 경험칙에도 합치해야 한다. 사람들의 경험이 만들어낸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으면 된다. 법률은 이를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100명의 사람이 우연히 모였다는데 모두 혈액형이 B형인 경우, 과학이나, 과학의 언어인 수학에서는 드문 확률이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보겠지만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이상한 일’이 된다.

주사위를 10번 굴려서 연속으로 6이 나오는 것도 과학이나 수학에서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이지만 법률적으로 보면 사기꾼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성폭행 피해자의 진술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성폭행피해자
성폭행피해자

3. 지엽적인 오류

둘째, 사소한 내용과 관련, 앞뒤 말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진술의 핵심 내용까지 배척해서는 안 된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피해자가 진술을 하는데 일부 사소한 정보를 틀리게 말하거나 앞에서 했던 말이 뒤에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엽적인 오류 때문에 근간까지 틀렸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진술 내용이 그 주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거짓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이 다소 일관성이 없는 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최초의 단정적인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었다고 하여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

4. 피해자 특별사정 고려

셋째, 법관은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가?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직후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왜? 오랫동안 피해자들은 1) 피해 여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짧은 옷을 입고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한 거다. 더럽혀졌다 등등) 2) 불이익 3) 신분 노출 피해 등을 입었기 때문에 대처 방안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성폭행피해
성폭행피해

5.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 요구 말 것

넷째,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기존에 피해자에게 요구했던 피해자다움이란 이런 것이었다. 피할 수 있으면 사력을 다해 피했어야 했다. 소리를 지를 수 있으면 사력을 다해 소리를 질렀어야 했다. 그래야 피해자답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면 당신은 피해자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래 판례는 ‘과거에 생각했던 그런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법원 2005. 7. 28. 선고 판결(강간치상)]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6. 친족 성범죄 경우도 피해자 진술 함부로 배척 금지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 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내용이 사실적·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특히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출처-

어쩌다 성범죄자, 노인수변호사, 순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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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피해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609518989[성인지 감수성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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