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 했다며 스트리머가 유튜버에게 소송 제기, 유튜브 본사는 미국에 있어 해당 유튜버 신원 특정 어려워, 스트리머가 미 캘리포니아에 연방법 제1782조 활용해 증거 개시 요청. 법적 요건 맞다면 익명 사용자라도 신원 특정해 국내 본안 소송 진행 가능. 국내 절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글로벌 플랫폼상 명예훼손 문제에 피해자가 위 제1782조 절차 통해 대응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

1. 유튜브는 미국에 본사, 소송에 어려움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익명 기반 명예훼손은 이미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익명성에 기대어 이루어지는 행위의 특성상,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특히 유튜브,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미국에 본사를 둔 플랫폼의 경우, 한국 법원의 명령만으로는 사용자 신원정보를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
2. 미 연방법으로 상대방 특정 가능
이러한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는 제도가 바로 미국 연방법 제28장 제1782조(28 U.S.C. 제1782조)다. 이 조항은 외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소송과 관련해, 미국 법원이 관할권 내 기업 또는 개인에게 증거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소송 절차상 ‘증거개시(discovery)’를 통해 집행된다. 온라인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이 제도를 활용하면, 피해자는 미국 내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익명 사용자의 이름, 이메일, 접속 IP 등 구체적 신원정보를 확보함으로써 국내 소송에서 피고를 특정하고 본안 절차를 본격화할 수 있다.
3. 유투버 ‘뻑가’와 스트리머 ‘과즙세연’ 간 분쟁 사건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튜버 ‘뻑가(PPKKa)’와 스트리머 ‘과즙세연’ 간의 분쟁이 있다. 과즙세연은 뻑가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을 통해 발생했다면,
문서제출명령이나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일정 범위의 신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뻑가는 미국에 본사를 둔 유튜브에서 익명으로 활동해 국내 절차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과즙세연 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1782조 신청을 통해 Google LLC(유튜브 운영사)에 증거개시를 요청했고, 법원의 승인을 받아 해당 유튜버의 이메일, IP 주소 등의 계정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위 사례에서 활용된 제1782조 조항을 통해 익명 사용자에 대한 신원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음에서는 해당 제도의 구조와 적용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제1782조의 법적 요건
미 연방법 제1782조에 따른 증거개시신청이 승인되려면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 신청인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이거나, 실질적 법적 이해관계를 가진 자(Interested Person)여야 한다. 외국 법원의 재판부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② 증거를 보유한 주체가 미국 내에 있어야 한다. 구글과 같이 미국 법원의 관할권 내에 위치한 기업을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다.
③ 신청된 증거가 외국 법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익명 유튜버의 신원 정보가 한국 법원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면, 법원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④ 신청이 미국의 공공 정책(표현의 자유)과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에 의해 익명 표현권이 보호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법원은 신중한 판단을 내린다.
다만, 제1782조 신청은 외국소송에서 사용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일 뿐, 법원이 미국법상 명예훼손 요건 충족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청인은 한국법에 따라 위법행위일 수 있다는 점을 소명하면 된다.
[제1782조를 활용한 투트랙 전략: 한국에서 본안 진행, 미국에서 증거 확보]
이른바 “투트랙 소송 전략”은 다음과 같이 구성될 수 있다.
① 한국에서 명예훼손 민사소송 제기
미국에 제1782조 정보공개신청의 전제가 될 본안소송을 국내에서 개시한다. 피해자는 원고로서 피고(익명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다.
형사소송도 그 대상에 해당하나, 미국 법원은 수사기관이 아닌 피해자의 신청임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② 미국 내 관할법원에 제1782조 신청
원고는 미국 내에 소재한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익명 계정의 신원 정보를 제공하라는 증거개시 신청(Discovery Application)을 한다.
③ 법원 명령 발부 및 소환장(Subpoena) 발송
미국 법원이 신청을 인용하면, 해당 기업은 해당 계정 사용자의 이름, 이메일, 접속 IP 등 특정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령받는다. 소환장은 당사자, 제3자, 증인, 문서(증거물) 등에 대해 출석·진술·문서제출을 명령하는 문서를 말한다.
④ 기업의 대응 및 사용자 통지
미국 법원이 소환장을 발송하면, 해당 기업은 내부 정책에 따라 계정 사용자에게 해당 정보가 제공될 예정임을 통지한다. 기업 스스로 판단하여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사용자가 직접 대응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이 직접 법원명령에 대한 기각·무효화 신청인 ‘소환장 기각 신청(Motion to Quash)’을 제기할 수도 있다.
– 표현의 자유 관련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
– 미성년자, 언론관계자 등 보호가 필요한 계정
– 기업 철학(anti-censorship 등)에 따라 선례를 남기고자 하는 경우
정보제공 예정통지를 받은 익명 사용자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소환장 기각신청을 할 수 있다. 이때 가명(John Doe)을 사용하거나, 신원 노출 방지를 위한 비공개 절차(Motion to Proceed Anonymously)를 함께 신청하여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 법원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거나 신원미상의 익명당사자 소송의 경우, 실명을 명시하지 않고 ‘John Doe’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⑤ 미국 법원의 판단
표현의 자유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에 따라 매우 강력하게 보호받는 권리지만, 무조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단순의견인지, 공익성과 관련있는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보제공 여부 및 범위를 판단한다. 단순한 의견이나 비평은 보호될 수 있으나, 허위사실에 기반한 명예훼손이라면 정보 공개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제공되면, 피해자는 이를 바탕으로 익명 사용자의 신원을 특정하여 한국 내 본안소송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명예훼손, 국경을 넘는 실질적 대응이 필요할 때]
이번 과즙세연·뻑가 사건은, 국내절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글로벌 플랫폼상의 명예훼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수단을 보여준다. 익명성에 기대어 반복돼 온 무분별한 발언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제1782조 절차를 통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이는 개인 피해자뿐 아니라, 기밀정보 유출·악성 콘텐츠·허위 리뷰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기업과 공공기관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제1782조를 활용한 증거 확보 전략을 리스크 대응 체계의 중요한 한 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7. 결어
그동안 제1782조 절차는 대형 로펌과 글로벌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어왔다. 외국 법원과 거대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외국어, 소송 비용, 현지 법률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등 여러 진입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피해자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제도의 실질적 활용이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형 로펌이 아닌 법률가들도 제1782조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해외 법률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권리를 구제받아야 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성이기 때문이다.

-출처-
2025. 4. 9. 법률신문, 이성경 변호사(한국무역보험공사)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850855286[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법개정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