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작성

★★ 차용증 처분문서는 재판에서 더 높은 증명력요구되며, 1심에서 형사·민사 패소가 2심에서 전부 승소한 사례 ★★

1. 문제 발단

이 사건 원고는 핵심 증거로 처분문서를 제출했다. 원고가 제출한 처분문서는 차용증과 현금보관증이었다. 차용증이란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적은 것이고, 현금보관증은 내돈을 다른 누군가가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은 문서로, 사실상 돈을 빌려주었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문서이다. 차용증과 현금보관증은 처분문서의 일종으로, 만일 ‘진짜’ 차용증이라고만 받아들여지면 강력한 증거가 된다.

2. 다툼 없는 사실

원고는 일수에 의한 사채놀이를 하는 사람이었고, 피고와는 2022. 5.경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550만 원을 빌리고 약속대로 1주일 뒤 이자와 함께 갚으며 첫 거래를 텄고, 이후 둘은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리고 갚는 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갔다.

3. 쟁점[다툼이 벌어지는 사실]

원고가 제기한 소장을 보면 원고는 피고에게 5억 7,663만 원의 돈을 빌려주었다. 이 가운데

5억 2천만 원은 2022. 5.경부터 2024. 3.사이에 빌려준 것으로 차용증을 증거로 갖고 있으며

4천 5백만 원은 2024. 10.에 빌려준 것으로 차용증과 현금보관증을 갖고 있다. 한편

2024. 11월 ,12월 2025. 1월에 걸쳐 1,163만 원을 빌려주었는데

이때 빌려준 돈에 대해서는 따로 차용증이 없었다. 원고의 주장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빌려준 돈은 5억 7,663만 원을 갚으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피고는 돈을 받을 사람은 도리어 자신이라며 반소를 제기했다.(원고가 제기한 소송을 본소라 하고, 이에 대해 피고가 꺼꾸로 청구하는 소송을 걸면 반소가 된다. 본소에서 원고가 패소하더라도 피고가 돈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피고는 다시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피고는 통장계좌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며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액수보다 피고가 송금한 액수가 더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고가 지금까지 피고에게 이체한 돈은 4억 9,539만 5,000원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돈은 9억 7,165만 8,820원이다.

원고가 피고 대신 지불한 카드 연체 대금 663만 원을 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4억 7,626만 원을 더 보냈으므로 그만큼 받을 돈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위 액수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원고는 차용증과 현금보관증이라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고, 피고는 은행 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여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calculator, calculation, insurance, finance, accounting, pen, fountain pen, investment, office, work, taxes, calculator, insurance, insurance, finance, finance, finance, finance, finance, accounting, accounting, accounting, investment, taxes
차용증작성

4. 피고 추가 증거 제시

물론 피고에게는 은행 거래 내역 외에 다른 증거가 있었다. 피고가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려면 원고가 제출한 처분문서, 즉 차용증과 현금보관증을 의심할 만한 또 다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피고는 처분문서는 가짜임을 밝히기 위해 ‘조정기일 변론조서’를 함께 제출했다.

이 조정조서의 출처를 알기 위해서는 이 사건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 원고는 처음부터 5억 7,663만 원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라 제일 마지막에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는 1,163만 원에 대해서 대여금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가 다시 청구취지를 확장하여 이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소액사건 때 판사는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조정기일에 원고가 진술했던 말이 말썽이 된 것이다. 원고는 담당조정판사가 있는 자리에서 피고가 ‘다른 채권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니 현금보관증을 써달라’고 4~6회에 걸쳐 자신에게 요청했고, 원고는 별다른 의심 없이 써주었으며, 이후 원고는 이 가짜 처분문서들을 폐기했다고 진술했다.

피고는 당시 조정기일변론조서에 적힌 이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며, ‘가짜로 작성한 현금보관증으로 소송을 제기할 줄은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판사는 사건을 어떻게 보았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고 본인이 가짜 현금보관증을 써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면 이번에 제출한 현금보관증도 가짜일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도리어 피고는 통장계좌 내역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원고의 주장은 거짓이고, 피고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5. 역전

마침 이 사건은 형사고소로도 이어져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원고는 처음 피고를 상대방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피고가 도리어 반소를 제기하자 화가 난 원고는 차용증과 현금보관장을 첨부하여 ‘피고가 나를 속여서 내 돈 5억 7,663만 원을 가로챘다’며 사기죄로 피고를 고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피고를 불기소처분(혐의없음)하고 도리어 원고를 무고 혐의(허위 고소)로 입건하여 기소했다.

상황이 역전되어, 원고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으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민사소송 1심에서도 원고는 패소하고 피고가 승리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원고는 졸지에 무고죄까지 뒤집어 쓰고, 4억 7,626만 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6. 원고 반격 준비

그러나 원고는 민사와 형사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소를 준비하기 위해 필자를 찾았다. 그동안 원고가 대응한 방식을 보니 원고는 문제가 된 차용증과 현금보관증 2개만 증거로 제출하고 다른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가짜 처분문서를 쓴 전력이 있더라도 이번 문서가 진짜라면 다른 증거를 통해서 입증할 수 있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일단 반격을 가하려면 원고가 피고에게 준 돈이 피고가 원고에게 준 돈보다 많다는 것, 즉 원고는 빚쟁이가 아니고 피고가 빚쟁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라도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필자는 의뢰인 원고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증거가 필요하다.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은 먼지까지 싹싹 쓸어다가 나에게 보여달라” 물론 원고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최선을 다해 증거 수집에 나선 것이다.

현금보관증작성
현금보관증작성

7. 반격 포인트 발견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제시한 처분문서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하는 점이었다. 원고의 처분문서가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원고가 허위로 처분문서를 작성했던 경험이 있음을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원고는 나의 조언에 따라 집안을 한바탕 뒤집어 엎고 관련된 자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가지고 왔다.

그 자료에는 여러 차용증과 매출 전표, 은행 통장, 하다못해 휘갈려 쓴 장부, 메모까지 담겨 있었다. 필자는 그 증거 후보들을 들여다 보는 동안 차용증 사이에 한 가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떤 차용증에는 피고의 지문과 날인만 있었고, 어떤 차용증에는 다른 사람(알고보니 피고의 남편)의 이름과 지문, 날인이 적혀 있었다.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원고가 뭔가 기억난 듯이 말했다. “맞아요, 진짜 차용증에는 남편 이름을 적게 했어요. 헷갈릴까 봐 그런거죠. 상단에는 ‘정식’이라고 글자를 써넣게 했고요.”

그러고 보니 차용증 위에 작게 ‘정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번 거절당한 증거가 다시 증거로 인정받기란 필자의 법조인 경력 수십 년간에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 사건 역시 처음의 의심을 100%지울 만한 완벽한 새로운 증거를 마련할 수 없었다. 판사는 때로는 일관성을 증거보다 더 중시한다.

만일 일관성이 깨졌다면 증거들을 대할 때 의심의 강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이 사건 역시 이미 일관성이 심하게 훼손되어(가짜로 차용증을 만들었던 전력이 있었던 만큼) 아무리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고 한들 100% 회복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어떤가? 의뢰인은 항소에서 패소하면 실형을 선고받게 되고, 뜻하지 않은 4억 7천만 원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돈과 명예에서 큰 손해임에 틀림이 없었다.

8. 새로운 전략과 무죄 판결

우리는 먼저 형사소송 항소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러한 경우 통상 민사는 형사소송이 결론 날 때까지 기다려 준다. 우리의 작전은 유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데 있었다.

우선 차용증이 가짜와 진짜가 있음을 밝히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게 빌려 준 돈이 더 많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형사 항소심은 다행히 무죄로 판결이 났다. 판사는 차용증에 적힌 ‘정식’이라는 단어와 남편의 서명 날인이 있는 이유를 피고(형사소송에서 고소인)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서 ‘처분문서가 가짜라고 보기에는 의심스런 점이 있다’고 밝혔다.

판사가 피고의 말을 의심하게 된 계기는 다행히 예전 사건의 영향도 있었다. 불과 수년 전 피고는 타인을 기망한 사기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와 합의나 공탁이 필요했을 텐데 돈이 필요했다면 왜 의뢰인(형사소송에서는 피고인)에게 돈을 달라고 촉구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판사는 밝혔다.

또한 받을 때는 현금으로 받고, 줄 때는 계좌이체를 한 것일지 모르기 때문에 은행계좌 기록만 보고 그만큼의 채권이 있다고 보기도 의심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더해 피고가 당시 교회 사택과 월세집을 전전했으며, 남편도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등 돈벌이가 넉넉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 형사소송에서는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력’이 필요하다. 만일 여러 정황들이 여러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면 이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는 말이고, 그래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 진다. 다행해 형사소송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기고소결과
사기고소결과

9. 민사소송 결과

피고측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했고, 이미 제출될 만한 증거는 형사소송을 통해 다 나온 상태였다. 만일 형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다면 민사 역시 피고의 승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하면 형사의 유죄판결은 증명력이 높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고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민사까지 승소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형사소송에서의 무죄판결은 ‘유죄라고 인정할 만큼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뜻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고, 이 사건이 그랬다.

우리는 더 이상 제출할 게 없을 만큼 많은 증거를 제출한 뒤라서 이제 부터는 상대방 주장에 흠집 내기에 집중했다. 예컨대 우리는 이런 식으로 공세를 폈다.

① 만일 피고가 원고에게 받을 돈이 있다면 차용증이나 기타 뭐라도 있어야 할 텐데 왜 증거가 없느냐?

② 피고는 과거에도 현금으로 돈을 받고 통장으로 이체하여 갚으면서 통장기록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든 뒤 상대방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형사소송 항소심 판결을 적극 활용하여 ‘차용증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주장이 의심스럽다면 이는 차용증이 진정 성립된 것’라고 강조했다.

10. 피고 측 반격

물론 이에 대해 상대방 변호사가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그들도 다음과 같이 원고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12억 정도를 빌려주었던 것인데 그만한 돈을 빌려줄 때 장부도 없이 빌려주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재 수입 등을 보면 과연 12억을 빌려줄 만한 여력이 되는가?

한편 상대방 변호사는 피고를 옹호하는 주장도 펼쳤다. 즉 피고가 사기죄로 판결을 받았으나 빌린 돈을 다 갚았기 때문에 정상참작 되어 집행유예를 받은 것이라고 당시 판결문을 인용했다. 그리고 ‘차용증의 진정 성립’문제에 대해서 상대방 변호사는 ‘형사소송의 무죄판결’이 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지 죄가 없음이 뚜렷하다는 게 아니므로 차용증은 여전히 진위 여부가 분명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11. 최종 결론

진흙탕 싸움이 되고 나면 어떤 증거도 더는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민사소송 항소심의 판사 역시 부담감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이 사건은 판사 직권으로 조정으로 넘어갔으며, 원고와 피고에게 양보를 요구하여 최종 결론은, 피고가 원고에게 1억 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우리의 승리였다.

1심에서 유죄판결(형사)와 패소(민사)를 받았던 사건이 2심에서 무죄판결(형사), 승소에 가까운 조정(피고의 반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원고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으므로)이 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런 역전극이 가능했던 것은 진짜 차용증과 가짜 차용증 사이의 차이를 발견한 것과, 여기에는 따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자질구레한 메모까지 싹싹 긁어모아 원고가 피고에게 준 돈이 더 많았음을 보여주는데 기여했던 여러 증거가 큰 역할을 했다.

진실이 있으면 반드시 이를 입증할 증거가 어디엔가에는 있다.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증거를 찾고 또 찾자. 그 증거들이 당신의 진실을 오롯이 밝혀줄 것이다.

양두구육
양두구육

-출처-

무죄의 기술, 변호사 노인수, 순눈.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268088021

[상대방이 가짜 차용증으로 소송에서 이긴 경우, 대처법]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