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도움은 미신
술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확립되어 있다. 알코올은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대사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 지방산 에틸 에스테르 등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알코올은 면역 기능을 방해하고(2015 논문) 염증을 유발하며(2024 리뷰), 간, 췌장, 뇌, 위장관 등의 세포와 조직을 손상한다(2007 논문). 만성적 과음은 장내 유해균이 과도하게 증식하게 한다(2021 논문).
적당한 음주가 심장병 위험을 낮춘다는 믿음은 미신이라고 밝혀지고 있다(세계심장연맹 논문). 하루 한 잔의 포도주나 적당한 알코올이 심장에 좋다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미국심장협회). 미국심장협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포도주나 다른 술을 권하지 않는다.
알코올은 담배, 석면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이다. 음주는 유방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2023 논문). 하루 한 잔도 암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2015 메타분석). 특히 유방암의 절대위험은 주당 1잔 미만이 11.3%, 하루 1잔은 13.1%, 하루 2잔은 15.3%라는 보고가 있다(2021 논문).

2. 알코올, 뇌손상으로 치매유발
알코올은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를 손상한다.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은 해마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알코올이 일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생긴다. 블랙아웃이 반복되면 해마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에 이르게 된다.
습관적인 음주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을 손상한다. 술만 마시면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나타나는 ‘주폭’의 원인이 된다. 판단과 자제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도 알코올로 손상될 수 있다(2022 논문).
그래서 술을 마시면 조심성이 떨어지고 엉뚱한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2013 논문). 술을 마시면 충동성이 증가하고(2021 논문) 억제력이 낮아져서 잘못된 의사결정과 위험한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3. 적당한 음주란 없다[=1잔 술도 위험]
과도한 음주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증거가 일관된다. 그런데 적당한 음주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적당히 음주하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좋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그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더 운동하는 등으로 건강한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미국심장협회).
최근에는 소량의 알코올도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 1~2잔 마셔도 뇌의 구조가 변한다(2022 논문). 하루 1.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금주자에 비해 해마 위축 확률이 6배 높고, 1잔만 마시는 사람은 3배 높다(다른 2017 논문).

4. 건강 위험, 한 방울 술로부터 시작
2023년 WHO는 안전한 음주량이란 없다고 선언했다. “건강에 대한 위험은 알코올 한 방울부터 시작된다.” 술은 덜 마실수록 안전하다. WHO에 의하면 유럽에서 알코올로 인한 암의 절반은 가볍거나 적당한 음주로 발생한다. 유럽은 음주자 비율과 음주량 수준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고, 알코올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이 암과 연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식이 지침은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를 권고하고 있는데 변경할지에 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한림원은 적당한 음주는 금주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낮고, 유방암 위험은 높지만 다른 해악에 대한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하면서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알코올의 해악을 밝힌 많은 연구가 한림원의 검토 대상에서 배제되었고 패널에 주류업계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비판이 있다.
5. 음주기준, 1잔으로 낮추자는 주장
음주 기준을 알코올 2잔에서 1잔으로 낮추자는 절충안도 있다. 표준잔의 기준은 국가별로 통일되지 않았다. WHO의 표준잔 정의는 순수알코올 10g이지만 미국은 14g(위스키 1잔, 맥주 1병), 한국은 7g(소주 1잔, 맥주 반병)이다. 음주 한도가 같은 2잔이라도 미국이 한국보다 2배 많은 셈이다.
음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주류업계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미국 의무총감 머시는 주류에 발암 경고 문구를 의무화해달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한국은 주류 경고 문구를 도입했지만 경고 문구의 크기나 색깔을 규정하지 않아 실효성이 약하다. 경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 음주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2024년 자료에 의하면 알코올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1/3에 불과하다. 특히 국민의 절반은 한두 잔의 음주가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약 1/5에 달한다.

6. 65세부터 금주해야
뇌의 노화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빨라진다. 뇌 연령은 최근 90일간 마신 알코올 한 잔당 약 5일씩 증가한다(2022 논문). 알코올로 인한 뇌 노화는 나이가 들수록 더 빨라진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60대는 뇌 연령이 12년 정도 증가한다(다른 2017 논문).
알코올로 인한 뇌 노화는 65세 이상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에(2018, 2019 논문) 65세부터 금주하라는 권고도 있다.
7. 사회지도층이 음주문화 조장 하기도
음주 문화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다.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했지만 과음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족하다. 우리나라 남성의 1/2는 한 달에 1회 이상 7잔 이상 마시는 폭음을 하고 있다(2022 통계). 정치권, 언론계 등 사회 지도층이 폭음을 조장하고 있으니 건전한 음주 문화로 가는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뇌는 알코올에 매우 취약하다. 습관적인 음주나 폭음은 거의 모든 뇌 영역을 손상한다. 알코올은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뇌세포막을 손상한다(1998 논문). 또 염증을 일으켜 뇌의 신경세포를 손상하고(2014 논문) 사멸시키기도 한다(2006 논문). 알코올은 장에서 티아민(비타민 B1) 등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티아민이 부족하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손상된다.

8. 음주미화하는 주류광고 규제 필요
소비자는 건강 위험에 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소비자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발암 경고 문구는 눈에 띄게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 젊은 층의 결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아이돌이나 운동선수 등을 내세워 음주를 미화하는 주류 광고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
9. 금주(禁酒)만이 정답
음주는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는 있다. 알코올이 뇌에 도달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방출된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은 쾌락, 행복과 관련 있다. 그러나 알코올이 사라지면 글루탐산이 증가하여 우울이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2024 리뷰).
습관적으로 음주하면 도파민 내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더 많은 알코올을 추구하게 되어(2016 논문)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정착하려면 이제 과음, 폭음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직시하고 절주 운동을 전개할 때가 된 것 같다.

-출처-
2025. 1. 25. 법률신문. 고승덕 변호사. 술은 한 방울도 해롭다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248792257(술 안마시는 회식문화가 바람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