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말
최근 A는 지인 사기꾼 B에게 900만 원을 빌려주었다.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자 고소장을 접수하려고 경찰서 민원실에 찾아갔으나 담당형사가 이 사건은 민사사건이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그래서 그는 그 고소장을 관할 검찰청에 접수하려했으나 검찰에서도 접수를 거부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새로운 사법제도로 검사가 수사개시할 수 있는 대상범죄(피해금액 5억 원 이상의 경제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2. 사건개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A가 2023. 5.경 사기꾼 B에게 900만 원을 빌려주었으나 갚지 아니하여 고소하였다. 고소한 후 A는 B한테 같은 종류의 피해를 당하여 고소한 사람이 10명 정도가 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B는 A에게 전화하여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을 빌려주고 치사하게 고소를 했냐? 지금 900만 원 갚으면 고소를 바로 취소해 줄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A는 “돈만 갚으면 당장 고소취소하겠다”라고 대답하면서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B는 900만 원을 바로 입금하였다.
그리고 나서 A는 B로부터 고소취소장을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는 “다른 고소인들도 많고 그 사람들의 부탁도 있고 해서, 고소취소를 할 수 없게 되었다”라는 말고 함께 B의 제안을 거절하였는데, 그후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3. 쟁점
고소취소해주겠다고 하면서 사기꾼으로부터 900만 원을 돌려받은 A의 행위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2가지 측면을 고려해 보면,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380688259(사기죄 고소장 작성법)
4. 처음부터 고소취소할 생각이 없었던 경우
A가 처음부터 고소취소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취소하겠다고 B를 속여 900만 원을 받은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 의한 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해자에게 환전하여 주겠다고 기망하여 약속어음을 교부받는 행위는 위법성을 조작할 만한 정당한 권리행사방법이라고 볼 수 없어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2. 9. 14. 선고 82도1679 판결).
②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그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면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도14856 판결).
③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정도를 넘는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을 외포케 하여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받았다면 공갈죄가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상대방을 기망이나 협박을 한 경우에는 사기나 공갈죄가 인정된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사기꾼을 속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수단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넘는다면 처벌된다. 이것이 법치주의이다.

5. 마음이 변하여 고소취소를 해주지 않는 경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처음에는 고소취소할 생각으로 900만 원을 돌려받은 후 자신 외에 다른 피해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괘씸한 생각이 들어 고소를 취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을 돌려받을 당시에는 고소를 취소해 줄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속인 것이 없다. 이것은 형법에서 삭제되어 없어졌지만, 과거의 혼인빙자간음죄와 그 구조가 같다.
그 당시 대법원은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부녀와 성교할 당시 상대방과 혼인할 의사가 없는데도 성교의 수단으로 혼인을 빙자하였어야 하고, 성교할 당시에는 혼인할 의사가 있었으나 그 후 사정의 변화로 변심하여 혼인할 의사가 없게 된 경우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도2994 판결).
6. 사안해결
A가 피해본 900만 원을 받기 위해 고소하였고, 이에 B가 처벌을 면하고자 900만 원을 줄테니 고소취소 요구한 사례에서 A가 처음부터 고소취소를 할 마음이 없이 돈받을 방편으로 900만 원을 받은 후 다른 피해자들도 있어 하여 고소취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A는 B에게 속여(기망)서 돈을 받은 것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900만 원을 받기 전에는 분명히 돈을 돌려받으면 고소취소해 줄 생각이었으나, 돈을 받고나서 마음이 변하여 고소취소 해 주지 않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불성립하는 것으로 이는 B로부터 900만 원을 받을 당시 A의 내심의 의사가 ‘고소취소할 마음이 실제로 있었느냐?’ 여부인데, A의 내심의 의사를 본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임검사의 사기예방 솔루션, 임채원 변호사, 박영사.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136917206
(사기칠 의사에 관한 판례와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