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소송의 전부
(1) 소송이기는 법은 정확한 ‘사실‘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을 승리하는 이유는 냉철하고 명확한 ‘사실(fact)’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알고 소송 당사자는 소송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판사, 변호사의 눈으로 보면 답이 보인다.
민사소송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우리의 상식과 조금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사실이란 ‘있었던 일’ 그 자체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증거에 의해 인정되거나 상대방이 부정하지 않는 등 일정한 절차를 통과한 주장만 ‘사실’이 된다. 예컨대 당신이 ‘나는 A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했는데 A가 ‘내가 빌린 게 맞다’고 말하면 당신의 말은 ‘사실’이 된다(상대방이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이 된 것).
(2) 사실은 반드시 증거 존재
그런데 A가 ‘나는 빌린 적이 없다’고 말하면 그때부터 판사는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가리기 위해 증거를 살핀다.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면 ‘사실’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거나 ‘인정받지 못한 사실(나만 아는 사실)’이 된다.
2. 모든 증거가 모든 사실 확정 불가
(1)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민사소송에 엄격 적용 아냐
민사소송에서는 모든 게 증거(evidence)가 된다. 반면 형사소송에서는 법을 어기며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위법증거배제원칙) 그러나 민사는 가능하다.(가사소송에서도 마찬가지 어느 정도 증거 인정)
이 말은 주의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자료든 증거로 제시할 수 있지만 모든 증거가 다 사실을 뒷받침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2) 판사 요구하는 증거가 중요
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피고가 여러 가지 증거를 제출했는데,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져오세요” 한마디로, 제출한 증거자료는 당신이 주장하는 내용을 내가 믿을 수 없으니 더 보충하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소송에서 원고는 돈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돈을 갚았다고 주장한다.
이때 판사는 피고에게 ‘그렇다면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피고는 준비서면을 통해 몇 가지 증거를 제출했다. 그런데 피고가 제시한 증거란 게 주변인들의 진술이 전부다. 이 경우 피고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이다. 계좌이체 기록 등 물증을 제시하거나 혹은 계좌이체 기록이 없는 이유를 납득될 만한 수준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3) 증거 없으면 패소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현금으로 준 것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자료나 사정이 필요하다. 위 사안에서 판사는 피고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고 변론을 종결시켰다.(더 이상 제출할 증거가 없다고 보고 지금까지 제출한 자료 안에서 판결을 내리겠다는 뜻)그러므로 원고든 피고든 소송에 나설 때는, 판사가 배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만큼 충분한 증거를 준비하는게 최선이다.

3. 판사는 항상 당사자 의심
(1) 사소한 증거라도 수집
증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정해진 게 없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공격하듯 상대방은 뜻밖의 묘수로 반격에 나설 수 있다.(실제 법정 다툼이란 게 치고받고 다투는 형태) 그러므로 ‘이게 증거가 되겠어?’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자료라도 먼지 하나까지 싹싹 모으는게 중요하다. 또한 증거에 대한 판단은 당신의 시선과 판사가 다를 수 있다. 당사자나 변호사는 별 다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판사는 결정적인 증거로 판단할 수도 있다.
(2) 차용증 다툼 사례
차용증을 썼고, 그래서 받을 돈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팔뚝에는 소매로도 가려지지 않는 문신이 새겨져 있고, 허리띠 꿰는 바지춤에 쇠스랑을 연상시키는 장식품과 열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으며, 얼굴을 우락부락하다. 반대편 피고 자리에는 체격이 왜소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다.
허름하지만 깔끔히 다린 양복을 입었고, 얼굴은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린 사람처럼 수척하다. 피고는 지친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차용증을 써준 건 맞지만, 강압에 못 이겨 써준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통념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본다면, 양복 입은 남자가 하는 말을 더 신뢰할 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3) 판사는 증거 없는 주장 불신
판사들은 옷차림만을 보고 신뢰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여기서 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상대방의 강압에 의해 차용증을 썼다고 하는데 제출한 자료가 녹취록 외에는 없어요. 혹시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피고는 눈을 껌벅이더니 ‘없었다’고 작게 대답한다. 판사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잇는다. “다른 증거자료는 없다는 말인가요?”
피고는 ‘네, 이것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어, 시간을 주시면 돌아가서 찾아보겠습니다.” 판사가 종지부를 찍는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녹취록 말고 다른 증거가 있으면 꼭 제출하세요. 다음 오실 때는 변론종결하고 판결 내릴 겁니다”
어쩌면 피고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판사는 피고가 제출한 녹취록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증거가 없는 주장은, 법령 등에 근거가 없는 한 절대 사실일 수 없으며 그래서 모든 주장은 의심의 대상이 된다. 피고의 말마따나 차용증이 ‘강압에 의해 쓴 것’이라면 녹취록 역시 ‘조작’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4) 판사는 양쪽 모두 의심
그렇다, 판사는 당신을 의심하고 있다. 아니, 원고든 피고든 판사는 일단 모두 의심한다. 서로 주장하는 말이 다른 때조차도 ‘둘 중에 한 명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부는 아니어도 조금씩은 다 거짓말을 하거나 심지어 둘 다 완전히 거짓말을 할지 모른다고 드물게 가정한다.

4. 의외 상황에서 쟁점 발생
(1) 인정사실과 쟁점
원고든 피고든 서로 ‘맞다’고 인정하는 것은 자동으로 ‘사실’이 된다. 이를 ‘다툼 없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이 다르다면? 예컨대 빌려준 돈이 1만 원이냐 5만 원이냐?를 두고 말이 다르다면 이를 두고 원고와 피고가 다투게 되는데 이를 ‘쟁점(issue)’이라고 부른다.
(2) 쟁점 사례
쟁점이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지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올해 65세인 A는 아들 B에게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구입한 땅에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데 건축자재를 구입할 돈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건물을 짓고 전세를 놓으면 돈은 금방 돌려드릴 수 있으니 혹시 지인을 통해 융통할 수 있는지 물어온 것이다.
아버지 A는 마침 알부자라고 소문 난 친구 C가 떠 올랐다. “한 달에 2부 이자를 쳐 줄테니 1억만 빌리자. 반년만 쓰고 돌려 줄게”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마침 여윳돈이 있던 친구 C는 용돈 벌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돈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두 달까지는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왔는데 세 달째부터 소식이 없더니 1년이 넘도록 이자는 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소송이 벌어졌다.
(3) 쟁점이 사안에 따라 달라짐
이 경우 쟁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①만일 피고가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잡아떼면 쟁점은 ‘돈을 빌린 사실’이 된다.
②만일 피고가 돈을 빌린 건 맞는데 갚기로 한 날짜가 2년 뒤라고 하면 쟁점은 ‘변제일(돈 갚기로 한 날)’이 된다.
③이자가 2부가 아니라 아예 없다거나 1부라고 주장하면 쟁점은 ‘이자’가 된다.
④혹은 액수가 문제될 수 있고, 피고가 원고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그만큼 빼고 주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상계‘)
(4) 쟁점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쟁점’은 각자의 입장이 달라서 생길 수 있고, 누군가의 착각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혹은 상대방이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고의적으로 쟁점을 만들 수도 있다. 어째든 쟁점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상대방의 주장을 깨뜨릴 수 있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해 지고, 쟁점이 어디서 생길지 모르므로 ‘증거’는 가급적 많이 갖고 있는게 중요하다.

5. 소송 통해 얻고자 하는 것
(1) 사례
원단을 제공하는 업자와, 제공받은 원단을 가공하여 의류를 만드는 업자 사이에 분쟁이 생겼다. 가공업자는 원단에 하자가 있었고, 그래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공업자는 제공업자의 배달차량 인부에게 자신이 배달대금을 대신 지불했으니 원단 하자에 따른 피해액과 배달차량 인부 대금, 그리고 이 대금을 받을 때까지 지연이자를 청구했다.
(2) 소송 목적
소송을 건다는 것은, 원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게 ‘받을 돈이나 물건 혹은 확인할 것’ 등이 있을 때 소송을 건다. 그런데 청구해서는 안 되는 돈까지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위 사례에서 가공업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돈까지 달라고 청구하고 있었다. 판사가 소장을 훑어보더니 묻는다. “3.3%의 이자를 달라고 적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가공업자의 설명인 즉, 자신이 배달대금을 대신 내주었는데 나중에 세금 신고를 하면 3.3%를 내야 하므로 소송을 통해서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판사가 되묻는다. “아직 내지도 않은 세금을 받겠다는 뜻입니까?” 가공업자가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3) 청구취지 중요
소송과 관련된 비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원고가 받기를 원하는 돈이 있고, 소송에 들어간 돈을 피고가 내라며 요구하는게 있다. 또한 돈 말고도 ‘제1항을 가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 따위를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단가공업자의 사례처럼 판사가 보기에 납득되지 못하는 내용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건 청구해서는 안 된다.
(4) 청구취지 변경 사례
남의 땅에 청고를 지은 사람이 있다. 창고 주인은 이미 건물등기까지 마친 상태였다. 땅 주인이 여러 차례 따졌으나 창고는 그대로 있었다. 결국 철거 명령 소송이 벌어졌는데 그 사이 창고 주인이 창고를 헐었다. 판사가 묻는다. “창고가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원고가 말한다.”창고는 없는데 등기는 살아 있습니다” 판사가 말한다. “그러면 철거 명령이 아니라 등기를 없애 달라는 멸실등기를 청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상황이 바뀌었으므로 청구하는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청구취지를 변경하라는 말).
(5) 청구취지 잘못기재 빈번
생각보다 드물지 않게 청구하는 내용을 잘못 기재한다. 청구 내용을 잘못 적으면 사실에서 승리하더라도 재판에서 지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특히 일부 승소, 일부 패소와 같은 판결이 내려지는 이유를 찾아보면, 청구하는 내용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청구하는 내용은, 욕심을 부린다고 다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 벌어진 사건과 대조하여 이상이 없을 때, 또한 법률이 허용하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6. 민사소송 4가지 핵심 : 사실, 증거, 쟁점, 청구내용
지금까지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꼭 숙지해야 할 네가지 주제를 살펴보았다. 사실과 증거, 쟁점과 청구하는 내용 등이다. 이 가운데 사실, 증거, 청구내용은 소장의 세 가지 항목, 즉 청구원인(사실), 입증방법(증거), 청구취지(청구내용)를 다시 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고가 소장을 제출하면 상대방이 답변서를 보내는데 만일 이때 상대방이 ‘나는 그런 적이 없다’거나 ‘원고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 그때 ‘쟁점’, 즉 다투는 사실이 발생한다. 이 네가지 , 즉 사실, 증거, 청구 내용, 쟁점은 민사소송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네가지를 언급하며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이기는 민사재판의 비밀, 변호사 노인수, 순눈.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474885817[판사가 사실로 인정하는 4가지]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178164373[소송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곡을 찌르는 변론과 준비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