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원

★ 부동산 가계약금을 둘러싼 법률관계 중 본계약 불체결되었을 때가 중요 ★

1. 문제 소재

가계약은 성립 시부터 그 자체로 하나의 계약(가계약금 계약)인데다 실무상 일정 금원의 지급과 동시에 성립하므로 청산과 손해배상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실무는 본계약에 대한 의사합치를 할지언정 가계약 자체에 대한 청산과 손해배상에 대한 의사합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잦은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나마 가계약 금액이 크지 않고, 공인중개사의 현장 판결에 수긍하는 당사자가 많아 소송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가계약의 발생 연원에서 당연하게 추론이 되듯 속도 있는 계약의 특성상 분쟁의 화약고와도 같다.

가계약에 대한 논의는 대개가 이미 지급된 가계약금의 청산에 관한 것이다. 가계약 법리의 구성은 임대차와 매매에서 거의 같고 가계약 탐구의 국면에서 매도인은 곧 임대인과 같은 지위이며 매수인은 곧 임차인과 같은 지위로 이해하여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두 계약의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할 것이다.

가계약금계약
가계약금계약

2. 본계약 성립하지 않은 경우

(1) 가계약 관련 분쟁의 대부분

가계약 관련 분쟁은 결국 본계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가계약이 본계약으로 평화롭게 넘어가면 가계약은 본계약에 흡수되어 별도의 분쟁사항이 될 수 없다. 계약의 당사자 중 일방 혹은 쌍방이 본계약의 이행을 거부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청산 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본계약이 제대로 성립하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2) 대표적 판례

가계약금에 대한 분쟁 중 본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경우를 다룬 유명한 대법원 판결이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이다.

원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논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공인중개사인 피고B에 대한 부분은 생략함).

원고와 피고C는 피고C 소유 아파트에 대하여 공인중개사인 피고B를 통해 임대차보증금 8억7000만 원, 입주일 2021. 2. 24.로 한다는 정도만 정하고 바로 가계약금 300만 원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원고가 위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추후 알게 되어 계약의 파기를 주장하였고, 원고는 이미 지급된 가계약금의 반환을 피고C에게 청구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이 인정한 사실(그리고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면서도 사실인정 부분에 대해서는 파기하지 않았다)은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  가계약금 청산에 대한 의사합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계약금 계약에 대해 일반적인 민법의 법리로 접근해야한다.

가계약금 계약은 가계약금의 지급과 동시에 계약의 성립과 이행이 모두 완료되므로 채무불이행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 가계약금 계약은 본계약을 위한 것이므로 본계약의 체결이 확정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면 목적을 잃게 되는 것이고, 이미 수수한 가계약금은 원인 없는 급여가 된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300만 원의 가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원심>가계약금을 증거금이라고 전제한 다음, 해약금적 성격에 대해 달리 심리한 바 없이 원고의 해제가 해약금 해제라고 해석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가계약금은 계약금과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전제하에 “가계약금이 해약금으로 당연히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해약금 약정의 존재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결국은 가계약금이 계약 증거금을 넘는 지위를 당연히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 소결

본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가계약금 청산의 향방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누가 본계약 체결을 거절하든 단순 부당이득 반환의 관계만이 남는다는 결론이 된다.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자주 등장하는 가계약금 던지기의 경우, 계약 증거금의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해약금약정
해약금약정

3. 본계약 성립한 경우

본계약이 성립한 경우는 어떨까. 중개사가 단독이든 공동이든(실무상 중개인이 1명인 경우 단독, 중개인이 매도인과 매수인 측에 각 1명씩 있을 경우를 공동중개라 칭한다) 가계약금 지급 단계에서의 본계약은 중개사를 통한 문자 메세지 문구를 통해 성립된다. 

지금 논의에서는 의사합치의 성립은 다루지 않고, 중개사가 사용한 문구가 당사자의 의사라는 점 및 위임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논의를 진행한다(허나 실제 소송에선 위임이나 의사합치의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을 잘하는 공인중개사는 가계약금 지급 당시 계약의 목적물, 당사자, 매매대금, 본계약일자, 잔금 및 등기(인도)의 시기 등을 확정하는 문자메세지를 양 당사자에게 보낸 후 가계약금을 지급하게 한다. 이 경우에는 본계약이 성립한 것이고, 가계약금을 지급하면 가계약금 계약도 성립한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본계약의 내용에 가계약금의 청산에 대해서도 넣는다. 이때는 가계약금 계약이 본계약의 품에 안기기 때문에 약정 문구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통상은 ‘매도인은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을 것이고, 반드시 이렇게 넣어야만 해약금 규정이 작동한다.

만약 가계약금이라는 단어 대신 ‘계약금의 일부’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어떨까. ‘계약금의 일부’가 아니라 약정계약금의 전부가 해약금이 된다. 그런데 계약금 계약은 요물계약이므로 계약금의 일부가 지급된 상태에서는 성립하지 않고, 따라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해제를 할 수는 없다. 매수인은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한 후 해제가 가능하고, 매도인은 매수인이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를 기다렸다가, 배액 상환으로 해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계약금의 전부가 해약금이 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2015. 4. 23. 2014다231378 판결은 계약금 계약이 요물계약이므로, 계약금의 일부가 지급된 상태에서는 계약금 해제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2008. 3. 13. 2007다73611 판결을 다시 확인하며 상고인(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 판시 논지이고,

계약금이 일부가 지급된 경우 계약금 해제의 기준은 계약금 전부라는 법리는 예비적인 것이었다(대법원은 1차적으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후, ‘피고의 주장과 같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라는 구절로 시작하여 2차적인 방어선으로 판례법리를 구축하였다). 

그러므로 2015. 4. 23. 2014다231378 판결은 옥상옥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본다면 계약금이 일부만 지급되었을 때는 계약금 해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금 해제의 금액기준을 따질 필요가 없다.

가계약금반환청구
가계약금반환청구

4. 해약금약정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청구 기각한 경우

울산지방법원 2021. 6. 1. 선고 2020나12219 판결은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지 않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가계약금 배액(가계약금 500만 원, 매도인인 피고가 임의로 반환한 돈이 700만 원이므로 그 차액인 300만 원을 청구하였음)을 지급할 것을 청구한 사건이다.

본 판결은 가계약금 지급 당시 매도인과 매수인 간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약금의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 약정과 위약금 약정은 다른 개념이므로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원고가 소송물을 위약금지급으로 잡았으므로 처분권주의 혹은 변론주의에 따른 결론이라 생각된다. 원고가 소송물을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취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매수인이 가계약금 지급 당시 목적한 바를 그대로 달성하고 싶었다면 위약금 약정을 해두었어야 했다.

5. 결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가계약금은 설정하기에 따라 다양한 기능으로 작용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해약금 약정이 없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고, 위약금보다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부동산 거래와 같이 큰 금액이 오가는 계약에서는 변호사와 적극 상담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계약금을 세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부동산가계약금분쟁
부동산가계약금분쟁

-출처-

 2025. 3. 15. 법률신문 이성진 변호사(법무법인 YK) 부동산 가계약금을 둘러싼 법률관계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2668121168[해약금 약정이라도 위약금 약정까지 한 것 아냐]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1513311120[가계약금 해제 시, 얼마를 청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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