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별적 유책행위아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행위와 같은 개별적 유책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데에 근거를 둔다.
따라서 혼인 파탄에 대해 부부 쌍방의 책임이 동등한 경우 한쪽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또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손해배상 의무를 지지 않는 이상 그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도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법리는, 한쪽 배우자가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며 본소로 위자료를 청구하고 상대방이 반소로 위자료를 청구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사실관계[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
상고인과 소외 X는 2012. 6. 4.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이고, 그 사이에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피상고인과 X는 2017. 3.경 알게 되어, 함께 술을 마시거나 피상고인의 자녀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가는 등 만남을 지속했다.
상고인은 2020. 10.경 주변 지인들로부터 X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말을 전해들은 뒤 X의 외도를 의심하여 자주 다투었다. 상고인은 2020. 12. X가 인터넷 음란영상물에 나온다고 확신하고 X를 지속적으로 추궁하였다. 이 일로 상고인과 X 사이 갈등이 심해졌고 상고인이 X에게 폭언, 폭행을 하는 일도 있었다.
X는 2021. 4. 28. 상고인을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상고인도 2021. 6. 21. 반소로 이혼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혼사건 법원은 2022. 5. 31. 상고인과 X는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을 들어 본소 및 반소 각 이혼청구를 인용하되,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쌍방에게 있음을 들어 본소 및 반소 각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22. 6. 17. 확정되었다.
상고인은 피상고인이 X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X와 교제하는 등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상고인과 X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상고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이유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 판단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배우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이 혼인관계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근거는 부정행위 등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르게 된 데에 있으므로, 혼인관계 파탄에 대하여 부부 쌍방의 책임정도가 대등한 경우 부부 일방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의 손해배상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공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배우자를 상대로 본소로 위자료 청구를 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반소로 위자료 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이 혼인관계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하여 본소·반소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4. 평석
(1) 부부 사이의 성적 성실의무 위반에 대한 부부의 책임과 그 법적 성질
1)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고(민법 제826조), 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보호하여 부부공동생활로서의 혼인이 유지되도록 상호 간에 포괄적으로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관한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의 내용으로서 부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性的) 성실의무를 부담하며,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민법 84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사유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2) 2011므2997 판결을 비롯한 많은 대법원 판결은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는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민법 제84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고, 부부의 일방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진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혼인은 양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혼인은 계약으로서 성질을 가진다. 이혼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채무불이행책임설, 불법행위책임설, 법정책임설이 있고,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의 성질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청구권경합설)도 유력하다(대법원 1970. 4. 28. 선고 69므37 판결, 윤진수 저 친족상속법강의).
(2) 부부 일방과 부정행위를 한 제3자의 책임과 그 법적 성질
1) 대법원 2011므2997 판결 등 다수 판결은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그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그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되고,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은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보호되고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2) 부부 사이의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과는 별도로 제3자의 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이라는데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규범 구조
1) 민법 제806조 제1항은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전항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43조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제806조를 준용하고 있다.
2)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751조는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이라는 제목으로 제1항에서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의 성격만 갖고 있다면 굳이 민법 제843조에서 제806조를 준용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제751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843조에서 제806조를 준용하고 있는 것은 불법행위책임과 별개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이혼은 장래를 향하여 혼인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계약법적으로 표현하면 혼인계약의 해지라는 측면이 있다. 일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해지에 책임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550조, 제390조),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친족법상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채무불이행책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동거의무의 내용으로서 부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고,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민법 제84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제843조에서 준용되는 제806조에 의한 책임은 채무불이행으로 보더라도 제390조와는 달리 과실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

(4)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1) 쌍방에게 모두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과실의 다과를 따져 과실이 큰 사람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윤진수 편집대표 주해친족법). 혼인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다는 이유로 부부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경우(본소 및 반소가 병합된 경우)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만, 서로의 책임이 대등하기 때문에 (과실상계를 하여) “손배해상책임”만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혼인 파탄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판시한 대상판결과는 의견을 달리한다.
2) 재판상 이혼에 따른 부부 사이의 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병존할 수 있지만, 혼인파탄에 책임있는 제3자는 불법행위책임만을 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부부 사이에는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이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만, 서로의 책임이 대등하기 때문에 “손배해상책임”만 발생하지 않아 위자료 청구가 기각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성립”에 가담한 제3자의 불법행위가 성립되고 “손배해상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과실상계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부부사이와 달리 혼인파탄에 가담한 제3자의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는데, 부부 사이의 책임이 대등한 경우 제3의 책임이 일반적으로 부정된다는 대상 판결의 판시는 부당하다. 부부 사이의 책임이 대등한 경우 제3자의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부부 사이의 책임이 대등하더라도 제3자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이 부부 사이에 위자료 책임이 없는 경우 제3자의 책임이 일반적으로 부인된다고 판시한 것은 논리적으로 필연적이지 않다.
(5) 대상판결의 원심 판시의 부당성
1) 대상판결의 원심(의정부지방법원 2023. 11. 15. 선고 2023르5525 판결)은 “혼인파탄에 대한 귀책사유가 부부 쌍방에게 있고 그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부 쌍방의 위자료 청구가 모두 기각되는데, 그 귀책사유가 이 사건과 같이 부정행위일 경우 그 부정행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다면
결국 그 상대방은 위자료 채무를 이행함으로써 다시 부정행위를 한 부부 중 일방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이는 부부 쌍방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취지에 반한다”며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의 내용으로서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는 법률상 배우자인 X에 대하여 위자료 지급 책임을 부정하면서 X보다 그 책임의 정도가 무겁다고 볼 수 없는 피상고인에 대하여만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형평과 조리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2) 대상판결의 원심은 부정행위 등이 원인이 되어 이혼에 이른 경우 ‘부부 사이 책임의 법적 성격’과 ‘혼인 파탄에 가공한 제3자 책임의 법적 성격’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부부사이의 구체적인 상호작용과 혼인생활을 침해당한 일방과 제3자 사이의 개별적인 상호작용이 별개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위자료 청구가 기각된 상황에서 제3자의 책임만 인정되는 것이 형평과 조리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제3자가 부부 일방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구상책임이 언제나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부부 일방이 구상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부부 사이의 위자료 책임이 부정되는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출처-
판례속보, 2024. 10. 16. 법률신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515458142[쌍방책임 대등하여 위자료청구 쌍방기각된 경우, 상간자 상대 위자료청구 불가]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103763312[혼인관계 유지하며 상간자만 위자료 청구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