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말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하는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작년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딥페이크 범죄의 가해자 중 상당수가 10대 청소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스마트폰은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필수적인 생활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비행과 중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게 되는 유해매체나 불법콘텐츠는 마치 전염병처럼 청소년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며, 그로 인해 청소년들이 위험한 행동에 휘말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소년 법정에서 다뤄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비행과 중독, 그리고 청소년들이 처한 유해환경의 실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소년 법정에 등장한 사례
(1) 딥페이크 범행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특목고 입학을 준비하던 중학교 2학년 남학생 이@@은 같은 학교 친구 4명과 시험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였다. 어느 날 이@@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무심결에 성인 배너 광고를 클릭하였다가 딥페이크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었고, 사진만 있으면 허위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은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 학교에서 촬영한 사진이 있는지 물었고, 친구 2명은 학교 여교사와 친구들의 사진을 제공하였다. 이@@은 그 사진들에 나체 이미지를 합성한 허위영상물을 스마트폰으로 제작해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였고, 친구들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허위영상물을 제작하거나 이를 방조한 이@@외 2명은 강제전학 징계처분과 함께 재판을 받았고, 나머지 2명도 단체 대화방에서 비행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2) 성(性) 범행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스마트폰으로 오픈채탱을 하다가 처음으로 성인 남성과 만났다. 이후 3년간 오픈채팅, 랜덤 채팅앱(즐톡, 앙톡)을 통해 100명이 넘는 성인 남성들을 만나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과 자위 영상을 보내주고, 용돈과 기프티콘 등을 받아 왔다.
박##은 같은 반 단체 대화방에도 참여하여 일부 친구들과 음란물, 음담패설을 주고받았고, 이중 박##이 제작한 성착취물이 SNS로 다른 학생들에게도 유포되었다.
(3) 불법도박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김$$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불법도박(바카라)을 처음 접한 후, 학교와 가정에서 거의 매일 도박을 하였다. 당시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교실과 복도에서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금전 손실이 커지자 친구나 선후배에게 돈을 빌렸고, 집안 물건을 훔쳐 팔거나 불법 사채를 이용하기도 했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은행 계좌를 해지하였으나, 공기계를 구입하고 친구의 계좌를 빌려 도박을 계속했다. 김$$는 소년원에 다녀온 후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있다.
(4) 스마트폰 중독
중학교 2학년 여학생 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정**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 등교를 거부한 채 하루 종일 방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잔인한 동물학대 영상이나 성인 음란물을 보면서 지냈다. 부모가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자 부모를 폭행하거나 아동학대로 신고하였다.
부모는 통고제도를 활용해 가정법원에 도움을 구했으나, 정**은 자신이 재판을 받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5) SNS와 학교폭력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남%%는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무비(die-movie)’에 일대일 몸싸움(속칭 ‘다이깨기’) 영상을 게시하며 팔로워들에게 공개해왔다. 사건 당일, 남%%는 중학생 후배를 학교 근처 골목으로 유인한 뒤, 지인들을 불러 모았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을 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 학생이 피해자를 길바닥에 넘어뜨려 폭행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정신을 잃은 피해자는 구급차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가해 학생들이 원했던 것은 자신의 SNS에 게시할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이었다.

3. 청소년 스마트폰 비행 통계
2024. 2.부터 2025. 4.까지 소년재판부에 접수된 스마트폰과 관련된 비행 사례 650건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비행 연령
비행 당시 16세 미만 중학생이 61%(396건), 초등학생이 10%(71건)를 넘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채팅을 통한 조건만남, 성착취물 비행 사례(121건)에서 오픈채팅이나 랜덤 채팅앱에 처음 접속한 시기가 초등학생, 중학생 때인 경우는 전체의 92%(112건)에 달하였다.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례에서도 도박을 처음 접한 시기는 대부분 중학생때였다.
② 비행 성별
도박 비행은 주로 남학생에게서 발생하였고, SNS를 통한 모욕, 협박,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사례(320건)에서는 가해자의 58%(185건)가 초등학교, 중학교 여학생이었다.
③ 비행 장소
스마트폰 관련 비행은 대부분 보모나 교사 등 보호자가 함께 머문 주거지나 교실 안에서 발생했다. 학생들은 주로 자신의 방이나 교실에서 도박을 하거나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고, SNS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했다. 딥페이크 비행(40건)은 전부 주거지에서 발생했다.
④ 비행 전력
성착취물 제작·소지·배포, 사이버폭력, 불법촬영 가해자 중 상당수는 비행 전력이 없으며, 음주, 흡연 등 지위비행을 하지 않고 학업에 성실한 학생들이었다. 딥페이크 가해자 중 83%(40건 중 33건)은 학업 성취도가 중상위권 학생들이었다.
⑤ 피해 연령
비행 연령이 낮아지면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반 단톡방 문화와 SNS 사용 확산에 따라 중학생들이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4. 청소년 스마트폰 비행의 특이점
(1) 청소년 비행 양상의 변화
과거 청소년 비행은 주로 밤늦은 시각 유흥가에서 비행 또래와 어울리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 이후,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언제든지 ‘원터치’만으로 유해매체물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이 접하는 스마트폰 화면에는 불법 도박과 성인물 광고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학업에 성실한 모범생들도 위험한 행동에 휘말리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비행 연령도 낮아졌다. 초등학생이 자신의 방 안에서 오픈채팅, 랜덤 채팅앱에 접속해 불특정 성인들과 만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 SNS의 확산력과 비행 발생경로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는 유해매체를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집단 괴롭힘과 사이버 언어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비행을 계획적으로 저지른 경우보다, 게임이나 SNS를 하던 중 호기심에 배너 광고나 게시물·댓글 링크에 접속하였다가 불법 영상, 딥페이크 등에 노출된 후 우발적으로 비행에 이르게 된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3) 스마트폰이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
소년 법정에 출석한 많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해 ADHD, 충동·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불안증, 수면장애 등을 진단받고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며 가출, 자해, 성 비행을 반복하는 여중생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SNS 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어른들도 스마트폰에 빠져있으면서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불만이 많았다.
(4) 스마트폰 관련 규제의 실효성
청소년보호법이 실명인증, 대화저장 기능이 없는 랜덤 채팅앱 등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전기통신사업법이 청소년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할 때 보호자에게 유해매체 차단 수단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통해 유해환경에 무방지로 노출되어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해외 서버를 이용항 애플리케이션과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여 기존의 규제만으로는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보호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관리 어플은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한 청소년들에게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변종 불법 도박 및 음란물 사이트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고,
성인 범죄자들은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무료 웹툰, 게임, OTT 사이트에 게시된 광고나 스팸문자, 회원추천, 무료머니 등을 통해 청소년을 빠르고 교묘하게 유인하고 있다. 반면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에서 무슨 어플을 사용하는지, 어떠한 경로로 유해매체물에 접근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모의 개입은 갈수록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5. 결론
지금까지 청소년 스마트폰 비행과 중독 실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카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그의 저서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에서 스마트폰 과의존은 단지 의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가정과 사회는 청소년의 의지나 조절능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이들이 더 이상 스마트폰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출처-
2025. 6. 18. 법률신문, 박원철 부장판사(부산가정법원 소년단독) 청소년 스마트폰 비행과 중독 1.
https://solomon24.kr/★-인터뷰로-알아보는-스마트폰-중독과-청소년-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