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휴대폰엿보기

★ 애인휴대폰에서 내 나체사진을 보고 놀라 경찰 고소하면 증거로 인정될까? ★

1. 사인의 증거수집과 연인 휴대폰 엿보기

[디지털시대 사인의 증거 수집, 어디까지 허용될까?]

판도라의 상자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이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아름다운 상자를 주면서 절대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고, 결국 그 안에 들어 있던 분노, 슬픔, 질투, 증오 등 온갖 재앙과 불행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연인이나 가족의 휴대폰은 가히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릴 만하다.

정당행위
사진유출

2.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 휴대폰 엿보기로 알게 된 자신 낮뜨거운 사진

최근 성범죄나 가정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나 그 측근(연인·가족)이 가해자의 휴대폰을 훔치거나 몰래 잠금 해제하여 피의자에게 불리한 메시지·사진·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연인의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몰래 열어보거나 이메일 계정이나 클라우드에 몰래 들어갔다가 우연히 성착취물과 같은 불법동영상을 발견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타인의 휴대폰을 훔치거나 인터넷 계정에 함부로 침입하는 행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행위자에게는 절도죄나 정보통신망침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 얻은 증거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도 증거로 쓸 수 있나?”라는 질문은 이제 법정의 쟁점이 되었다.

인공지능이용
인공지능이용

3. 사인의 위법수집증거배제 원칙과 판례 입장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진실발견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사인(私人)의 위법한 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면 어떠할까. 훔친 판도라의 상자도 증거가 될 수 있을까.

(1) 위법수집증거배제 법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대하여도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학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2) 사인의 위법수집증거 증거능력 판단기준 : 비교형량 법리

대법원은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은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1997도1230, 2008도3990, 2020도3972 판결 등)하고 있다. ‘이익형량’의 법리를 통해 구체적인 사건별로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즉, 국가는 사인(私人)에 의하여도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사인이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얻은 자료를 형사사건의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는 침해되는 사익과 형벌권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고 있다.

(3) 비교형량의 판단기준

대법원은 비교형량을 함에 있어서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증거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 증거 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판도라의 상자라도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증거의 세계에서 추방되어 사용될 수 없는 것이지만, 사인(私人)이 위법하게 수집한 것이라면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경우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판도라상자

4. 구체적 해당 판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판례의 구체적인 이익형량]

연인이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클라우드에 로그인하여 검색하던 중 피고인이 몰래 촬영했던 자신의 나체 사진과 영상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를 권한 없이 다운로드받아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판례는 피해자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위반(정보통신망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위와 같이 확보한 나체 사진과 영상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서울서부지법 2021노1140).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촬영된 나체 사진은 보호할 필요가 있는 피고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의 발현물이라고 볼 수 없고, 피해자가 우연히 해당 사진을 발견하여 수집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의 침해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내밀한 신체를 촬영한 것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고, 해당 사진은 범죄의 결과물 자체로서 피고인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증거인 점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기 위해 피고인으로부터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달받아 사용하던 중 우연히 피고인이 여성의 노출 사진을 몰래 촬영한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고 해당 파일을 피해자에게 전달하게 되면서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사안(안산지원 2023고단1011),

피고인이 몰래 촬영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이 구글 포토 서버에 자동 백업된 이후 피해자의 친구가 우연히 피고인의 계정에 로그인하고 해당 파일을 발견하면서 증거로 제출된 사안(부산동부지원 2023고단2388),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서 불법촬영을 의심하게 하는 홈캠을 발견하고 피고인이 다수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면서 몰래 촬영한 영상이 저장되어 있던 SD 카드를 취거해 증거로 제출한 사안(서울중앙지법 2023노3165),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유하던 아내가 남편의 휴대폰 보안폴더에서 비밀번호를 임의로 눌러 잠금 해제하고 우연히 아동성착취물을 발견하여 증거로 제출한 사안(서울고등법원 2024노2629),

연인이었던 피고인과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폰 휴지통 폴더에서 우연히 자신의 나체 영상을 발견하고 에어드랍(Air Drop)으로 전송받아 증거로 제출한 사안(천안지원 2024고합87)

등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침해된 기본권을 보호할 이익보다 형사소추와 진실발견의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면서도, 위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사인(私人)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대하여는 대체로 공익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나체사진촬영

5. 디지털 성범죄에서는 사익보다 공익 중시 경향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전파력이 높은 불법촬영물의 소지를 보호할 필요성은 현저히 낮은 반면, 증거로 제출된 해당 파일이 피고인의 중대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증거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증거수집자가 평소 피고인과 공유하던 접근 경로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였거나 우연히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게 된 경우 등 증거수집 과정이나 경위에 비추어 기본권 침해의 방법이나 그 정도가 비교적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저울을 공익 쪽으로 기울이는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 사인의 디지털 증거수집은 갈수록 복잡 다양화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수도 있고 닫힐 수도 있다]

사인(私人)이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는 실무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증거가 수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사례와는 달리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관리영역에 있는 증거를 취거하는 방식으로 수집하거나, 협박과 강요 등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7. 사인 증거수집 증거능력 인정 문제는 신중할 필요

사인에 의한 증거수집은 사안에 따라 자칫 사적 제재를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져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허용하는 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례가 제시하는 이익형량의 기준에 따라 실체진실의 발견을 추구하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훔쳐낸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

나체사진촬영

-출처-

2026. 3. 29. 법률신문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훔친 판도라의 상자는 증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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