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결정

★ 일본 변호사제도 논의로 보는 우리 법률서비스 지향점 ★

1. 일본변호사제도 재편 논의 중

최근 일본변호사연합회(이하 ‘일변련’) 주최의 업무개혁 심포지엄에서는, 오랜 과제였던 사법 접근성 확대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재편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법률구조제도와 민간 변호사비용보험이 각자의 기능을 상호보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병행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를 실무 중심으로 접근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발성 논의를 넘어, 최근 일본 법조계에서 사법 접근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에 대한 중장기적 검토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민간보험과 공공구조제도의 역할 재정립, 제도 간 조화, 실무 적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는 지금, 일본 역시 사법제도 전반의 재설계를 모색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법적도움
법적도움

2. 법률구조제도의 한계와 운영상 문제점

일본은 법테라스(일본사법지원센터·日本司法支援センター)를 중심으로 법률구조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여러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다음 세 가지이다.

(1) 대상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

기준 소득·자산 요건이 엄격하여, 실질적 법률지원이 필요한 ‘하위 중산층’조차 구조제도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2) 대상 사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채권, 임대차, 이혼 등 일상적 분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상속, 부동산, 국제가사, 기업 간 민사 등 고난도 사건은 구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3) 참여 변호사 보수가 비현실적이다.

착수금·성과보수 기준이 낮아,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에 대응하는 데 동기 부여가 어렵고, 경험 많은 변호사의 참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법률구조=품질 낮음, 오래 걸림’이라는 오해와 신뢰 저하가 확산되고 있으며, 구조제도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변호사변론
변호사변론

3. 변호사비용보험의 가능성과 현실적 제약

한편, 최근 일본에서는 일변련을 중심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변호사비용보험 제도를 참고하여, 자국의 제도 도입 및 정착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 주택 종합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등 일반 가정용 보험상품에 변호사비용담보가 자동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인식이나 절차 없이 국민 대부분이 일정 범위의 법률서비스를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소송 비용, 변호사 수임료, 상대방 비용까지 일정 한도 내에서 보장하며, 민간보험이 공공 법률구조제도를 보완하는 구조가 이미 정착된 상태다.

이러한 구조를 참고하여 일본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모색하고 있으나, 실제 확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몇 가지 제약이 함께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시민들의 제도 인식 및 수요 부족, 보험료에 대한 세제 혜택 미비, 보험사와 변호사 간 업무 프로토콜의 부재, 사례 축적 부족 등으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이미 제도 도입 자체를 검토하는 단계는 넘어섰으나, 제도의 설계와 정착 전략이 구체화되지 못한 채 정책 효과가 제한되는 국면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4. 실무자 관점에서 본 제도 설계 방향 – 4가지 실천적 논의

이에 따라, 실무자 및 정책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제도설계 및 운영 측면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1) 첫째, 이중 구조(二層構造) 모델 설계 

민사 법률구조제도는 저소득층·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공공 영역에서 보호하고, 변호사비용보험은 중위소득 이상 계층의 일상적 민사 분쟁 수요를 분산하여 담당하도록 병렬적 구조를 설계하자는 취지다. 이는 예산 자원의 누수 방지와 보험사의 수익구조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2) 둘째, 보험료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

북유럽형 모델의 핵심은 자동 가입과 함께 세액공제 등의 유인을 부여하여 제도 확산을 이끈 점에 있으며, 일본 역시 일정 요건을 갖춘 상품에 대해 소득공제(개인) 또는 경비처리(기업) 인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고 있다.

 (3) 셋째, 청구절차 및 보장범위의 표준화도 주요 과제로 지목 

현재 일본의 보험상품은 실제 분쟁유형과 괴리된 구조를 보이고 있어, 일변련과 보험사 간 협업을 통해 고용계약, 이혼, 임대차, 소액채권 회수 등 실무상 빈번한 분쟁유형을 중심으로 보장범위와 청구절차를 사전 설계하고, 전자 청구 시스템 등으로 간편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있다.

(4) 넷째, 변호사 네트워크와 보험사 간의 연계 체계 구축도 병행 요구 

보험금 청구가 승인되더라도 실제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변호사 풀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도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별 인증 변호사단 구성을 통해 사건이 신속히 배정되고, 가입자가 곧바로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리걸 테크 플랫폼과의 연계 가능성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민간보험과 공공구조가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이중 구조 모델을 중심으로, 변호사비용의 사회적 분산 구조를 설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향후 유사한 제도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사례는 제도 설계 및 실무 적용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다수 제공하고 있다.

곤경에처한의뢰인
곤경처한의뢰인

5. 결론: 제도화보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설계

일본에서의 논의는 이미 “변호사비용보험을 도입할 것인가”의 단계를 넘어서 있다. 이제는 제도 도입 이후, 그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 즉 실효성 있는 설계와 운영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민간 보험과 공공 구조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면서 법률 접근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이 중요하다.

변호사는 단순히 사건을 수임·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 제도가 사회 곳곳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실무자다.

공공구조든 민간보험이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그 틀과 운용 방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한,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설계에는, 이를 실현해 나갈 전문가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법률서비스는 결국 사람을 향하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 인력의 역할과 기여도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 사법 접근성은 이상이 아니라, 그런 균형 위에서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2025. 7. 19. 법률신문, 최현윤 변호사(법무법인 가온 일본팀) “법률서비스, 누구나 쉽게”…일본이 고민하는 새로운 해법.

피고인변론
피고인변호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832775874[바람직한 사법제도]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888235326[이재명정부 탄생법조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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