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한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상속 및 자산 승계 제도로서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위탁자가 생전에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위탁자 사망 시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이 이전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구체적 장점으로 ① 복잡한 공증/검인 절차 없이 ② 계약만으로 상속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유언에 비해 절차가 간편하고, ③ 위탁자의 의사를 명확히 반영하여 신속하게 재산을 이전함으로써 ④ 분쟁 예방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속을 준비하는 시니어 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만 약 3.7조원에 이르는 등 5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4.3배라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행 법제는 이러한 유언대용신탁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몇 가지 제약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상속및자산승계
2. 유언대용신탁 활성화 저해 요소
(1) 신탁재산의 대상 제한
가장 대표적인 제약은 수탁가능한 신탁재산의 제한 문제이다. 「신탁법」 상으로는 대부분의 재산을 수탁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탁업자는 금전, 증권, 금전체권, 부동산, 동산 등 몇 가지 재산에 한정하여 수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채무(debt), 담보권, (사망보험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금청구권 등의 수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농지법」 제6조 제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판례 역시 농업경영 의사 없이 농지를 취득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이나 신탁계약은 무효로 판단하고 있는 바(서울고등법원-2012누11548),
이는 농지를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위탁자가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한다. 따라서 채무, 담보권, 기타 보험금청구권을 수탁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금융기관의 농지 취득이 직접적인 영농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산 관리 및 승계라는 신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수탁재산의 기능적 저하
다음으로 수탁한 재산의 기능적 저하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에 대하여 특정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5%를 초과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제112조 제3항). 이는 신탁회사가 수탁받은 주식을 통해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그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위탁자 생전 신탁회사는 15%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지거나 위탁자의 경영 철학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 한하여, 위탁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 일정한 요건 하에 의결권 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유언대용신탁 기밀성 보장 훼손
마지막으로는 유언대용신탁의 기밀성 보장이 훼손되는 문제가 있다. 부동산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경우,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와 함께 신탁등기를 신청해야 하며, 이때 신탁의 목적, 수익자, 신탁재산의 관리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된 신탁원부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신탁원부가 등기기록의 일부로 취급되어 누구나 열람 및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사실상 유언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며, 재산 분배 계획, 수익자 지정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보가 외부에 쉽게 공개되는 것은 위탁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가족 간 분쟁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어,
기밀성 유지를 원하는 위탁자가 유언대용신탁 활용을 꺼리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 한하여 신탁원부의 공시 범위를 제한하는 특례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의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등기부에는 신탁계약의 존재 사실만을 공시하고, 상세한 내용이 담긴 신탁원부는 법원의 허가 등 정당한 이해관계가 소명되는 경우에만 열람을 허용하는 방식의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래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탁자의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를 조화시키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속분쟁
3. 결론 : 취급재산의 다양화 등 혁신방안 모색
금융위원회는 2022. 10. 13. 이미 채무담보권 등을 신탁가능 재산에 포함시키는 취급재산의 다양화 등을 통해 종합재산관리 및 자금조달기능 강화를 위한 신탁업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및 시니어 계층의 복지수요 증가 등 사회·경제 구조 변화에 발맞추어 하루 빨리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본다.
-출처-
2025. 8. 27. 법률신문, 박진택 변호사
사망과유언
4. 법적 구조
유증은 유언이라고 하는 단독행위에 의해 재산상의 이익을 수유자에게 무상으로 귀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유언은 요식행위로서 민법에서 정한 방식을 갖추어야 하며(민법 제1060조, 제1065조 이하), 종의처분으로서 유언철회의 자유가 있다.(민법 제108조)
그런데 유언이 아닌 신탁계약을 통해서도 수익권의 내용과 귀속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서 유증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위탁자가 생존동안에는 자신이 수입수익권을 가지고, 사망시에는 제3자에게 원본수익권을 귀속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유언신탁과 구분되는 그리고 유증이나 사인증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생전신탁으로서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신탁재산으로부터의 이익이 위탁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제3자에게 귀속될 것이 요구된다.
즉 제3자가 위탁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수익자가 되거나, 위탁자 생전에 수익자로 지정되더라도 수익급부는 위탁자 사망 이후에 비로소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