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말
“저희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너무 쉽게 쥐여 준 것 같아요.” 매주 소년 법정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후회와 자책이 쏟아진다.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키운 자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탄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실태를 분석하고, 스마트폰 자율화가 초등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2. 초등학생 스마트폰 사용실태 분석
가정법원 소년재판부 위탁보호위원의 협조로 전국 5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51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취득 시기
스마트폰을 처음 취득한 시기는 초등학교 1, 2학년(44.3%)이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3, 4학년(28%), 초등학교 입학 전(15.9%), 초등학교 5, 6학년(7.6%) 순이었다. 현재 초등학생 중 60% 가량은 초등학교 입학 전이나 1, 2학년 시기에 스마트폰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다(자녀와의 연락, 위치확인을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중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515명 중 22명(4.3%)에 불과하였다(위 학생들 역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반 단톡방 가입, 수행평가 등을 위하여 대부분 스마트폰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② 사용 시간
초등학생이 가정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매일 평균 2시간 이상인 경우가 66.5%에 달하였다. 매일 평균 2시간이 28.5%, 3시간이 18.7%, 4시간 이상이 19.3%로 조사되었다.
③ 사용 장소
초등학생이 가정에서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장소는 독립된 방 안에서 사용하는 학생(62.3%)이 거실에서 사용하는 학생(37.7%)보다 훨씬 많았다. 초등학생이 평소 보호자의 감독 없이 방문을 닫은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19.2%로 조사되었다.
④ 반납 여부
초등학생이 잠들기 전까지 보호자에게 스마트폰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는 56.2%에 달하였다. 또한 초등학생이 평소 보호자에게 밤 11시 이후 스마트폰을 반납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13.3%에 달하였다.
⑤ 관리 실태
초등학생이 스마트폰 취득한 이후, 보호자가 스마트폰 관리 앱을 한 번도 설치하지 않은 경우는 21.1%, 과거에 관리 앱을 설치했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15.4%로 조사되었다. 또한 현재 스마트폰 사용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초등학생은 20.3%, 숙제나 할 일을 모두 마친 후 마음껏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밝힌 초등학생도 12.2%로 조사되었다.
특히 보호자에게 스마트폰을 반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들(56.2%) 중 상당수는 현재 보호자가 스마트폰 관리 앱을 사용하지 않는 등 스마트폰 사용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3. 초등학생 보호자의 스마트폰 관리실태
(1) 부모의 항복 : 집단행동의 함정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 세대』에서 집단행동의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지적한다. 그는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처음 사줄 때, 사용 시간과 범위에 대해 명확한 약속을 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자녀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사용 제한과 관리 앱에 점점 불만을 갖게 되고, 모든 규제가 해제될 때까지 끊임없이 부모를 설득하거나 압박한다. 이는 스마트폰과 SNS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제한을 풀어 달라”는 자녀의 전화에 점차 감독의지를 잃어간다.
특히 자녀가 스마트폰을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관리 앱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부모의 통제력도 함께 약화된다. 결국 일정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감독을 벗어난 채 사실상 무제한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2) 부모의 착각 : 감독 사각지대
소년 법정에 등장한 사례들을 보면,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경로로 위험한 행동을 유발하는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자녀가 어떤 앱을 주로 사용하는지, 어떤 유해매체물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유해 콘텐츠에 접근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 기능을 빠르게 익히면서, 보호자가 설치한 관리 앱은 실질적인 제어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4. 초등학생을 위협하는 스마트폰
(1) 왜 유독 스마트폰이 위험한가
여러 스마트 기기 중에서도 유독 스마트폰이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웅구 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도파민의 배신』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교육의 개념을 흔드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모바일 세계에서는 노력 없이도 순간적으로 공간을 이동해 대상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 상태가 아니더라도 쉽게 몰입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즉, 스마트폰은 기기 자체에 중독성을 비롯한 구조적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단순한 교육적 접근만으로는 문제의 핵심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이 지니는 위험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 1단계 위험(가정) : 숏폼 영상 중독
1단계 위험은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해당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37.3%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쇼츠, 릴스, 틱톡 등 숏폼(short-form) 영상 중독이다.
대체로 남학생은 폭력적이거나 욕설이 가득한 게임 쇼츠나 폭력을 소재로 한 숏폼 영상에 몰두하고, 여학생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댄스·뷰티·밈(meme) 영상을 시작으로 심한 경우 자해나 자학을 소재로 한 숏폼 영상에 몰두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이처럼 매우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집중력과 자기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이는 대인관계, 인지 및 학습 능력, 공감 능력 등 전반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과체중, 수면장애, 우울·불안, 자살 충동 등 신체적·정서적 문제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3) 2단계 위험(학교) : 집단 피해 확산
2단계 위험은 스마트폰을 비교적 적절하게 사용하는 초등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평소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숏폼 영상과 게임에 과도하게 노출된 학생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① 반 단체 채팅방에서 언어폭력, 음란물 유포, 집단 따돌림 등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을 일으키는 경우, ② 교실과 복도에서 숏폼 영상으로 접한 음란한 말이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따라 하는 경우, ③ 집중력 저하로 조별 활동이나 팀 프로젝트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④ 교사의 반복적인 주의로 수업 흐름이 끊기고, 반 전체의 집중도가 저하되는 경우, ⑤ 수업 중 날카로운 도구를 들고 친구를 찌르거나 협박하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수업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 학교장의 가정법원 통고 사례를 보더라도, 교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 밖에도 평범한 초등학생이 단체 채팅방이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다가 사진 유포, 계정 도용, 허위 영상 합성,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입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4) 3단계 위험(사회) : 범죄 위험 노출
마지막 3단계 위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해당된다. 대표적으로,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 게임을 하던 중 실수로 SNS 공유 버튼을 잘못 눌러 X(구 트위터)로 연결되었고, 그곳에서 불법 영상을 몰래 시청하다가 결국 성착취물 제작·판매·구입 등 중대한 비행에까지 연루된 사례가 있다.
이처럼 현재의 기술이나 제도만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유입되는 유해매체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 결과, 학업에 성실한 청소년들조차 딥페이크와 같은 위험한 행동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성인 범죄자들은 초등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무료 웹툰, 게임, OTT 사이트에 불법 광고나 스팸 문자를 삽입해 도박 및 성인물 사이트로 유인하고 있으며, SNS에서는 여전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그루밍이 만연하다.
초등학교 여학생은 오픈채팅이나 랜덤 채팅앱을 통해 신원 미상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고, 초등학교 남학생은 성인인증이 필요 없는 얀덱스 검색이나 VPN(해외 IP), 웹툰·게임 사이트 광고 등을 통해 도박 및 성인물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화면 속 불법 영상은 시청각을 통해 초등학생에게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크며, 일단 시청하게 되면 그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 실제로 우연히 스마트폰을 통해 불법 영상에 노출된 초등학생이 왜곡된 성 인식이나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소년 법정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소년 법정에서는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유해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상담 및 약물치료 등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이들이 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순간, 치료와 교육의 효과는 금세 사라지고 만다.

5. 결론
많은 초등학생 부모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자녀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공론화와 제도적 대응 논의가 시급하다.
-출처-
2025. 8. 16. 법률신문 박원철 부장판사(부산가정법원 소년단독) 초등생을 삼킨 15초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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