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사절차 개혁 지상 과제
다시 반복이다. 익숙함을 넘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형사절차 개혁의 단골 주제 ‘수사와 기소의 분리’ 문제가 최근 들어 재논의 되고 있다. 오랫동안 논의가 이루어진 쟁점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다. 수사권이라는 국가의 강력한 공권력을 누가, 어디까지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수사구조 개혁 논의가 대두될 때마다 수사와 기소 분리 논의는 빠짐없이 따라붙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수사·기소 분리는 다소 어정쩡하게 마무리 되었고,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완전한 분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전통적인 수사기관, 공소기관의 틀을 바꾸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익숙되고 반복되는 쟁점이지만, 여전히 찬반의견이 선명하게 대립된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이상을 앞세운 ‘분리’의 레토릭은 상당히 설득력 있지만, 수사와 기소의 유기적 연결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각 기관에 따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때문에 전문가에게도 혼란스럽고, 일반 시민에게는 더더욱 복잡하고 난해하게 다가오는 주제이다.

2. 수사·기소의 분리에 대한 근본적 이해
수사와 기소의 분리,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사실 문제의 핵심은 개념의 모호성이다. 찬반 양측은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한 상이한 이해와 정의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친다. 이로 인해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년 전과 다르지 않은 논쟁이 계속되고, 결국은 체력 좋은 자가 이기는 소모전이 된다. 이제는 이 비생산적 논의를 멈추고, 형사절차의 구조와 실체에 대한 정교한 이해에 기반해야 한다.
(1) 수사란
‘수사’는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으로, 본질적으로 광범위하고 비정형적이다. 임의수사와 강제수사라는 방식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입건 전후는 물론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과정에도, 심지어는 (이춘재 살인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공소시효 완성 후에도 이루어진다. 반드시 기소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사를 단일하고 고정된 틀에 가두기는 어렵다.
(2) 기소란
‘기소’는 공소제기 및 그 이후의 공판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이다. 수사종결 이후의 기소에 대한 결정만이 아니라, 공판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증거제출 준비, 추가 사실확인 등 실질적 수사에 준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즉, 기소는 수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개념 필수적으로 보완수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3) 분리란
이와 같은 수사와 기소의 개념에 대한 현실적 이해에 기반하여, 수사와 기소의 ‘분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정교하게 물어야 한다. 현대 행정은 고도의 분업과 협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업무의 중첩과 기관간 협의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사실 완전한 분리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일부 있다.
이는 행정 외의 영역에서도 그렇다. 이미 오래전에 의약 분업이 자리잡았지만, 환자에 따라 약품에 따라 병원에서 약을 직접 조제 및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약국도 특정지역에서는 약사가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조제하기도 한다. 중요한 업무일수록 절단면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4) 분리 후, 검사의 수사는 제한된 범위
이를 고려하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 문제에서 핵심은 해당 업무가 기관의 ‘주된 업무인가, 종된 업무인가’, ‘적극적 역할인가, 소극적 역할인가’의 구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후,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검사의 ‘주된’ 업무가 아닌 ‘종된’ 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신문하고, 압수수색을 전면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적절한 검사의 수사로 보기 어렵다. 검사의 수사는 종된 업무이자 소극적 역할로써, 수사기관에 대한 법률적 자문,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한 보완적 사실 확인 등에 머물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 이후에도 이러한 검사의 수사는 일정부분 가능하고 필요하다.
(5) 공소청 신설과 검찰조직의 변화가 필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개념과 명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소모적인 논의로 이어진다. 검찰 조직의 변화와 공소청의 신설은 개념적 차원에서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해서 보다는 ‘기관의 역할과 정체성의 분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법률 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행정부 내 기관간의 업무의 성격에 대한 조정,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핵심이다. 기관의 정체성은 특히 인력 구성과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1:3 에 이르는 검사와 수사관의 비율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미국의 검찰청, 검사 70명에 수사관 4명으로 구성되며, 한국처럼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

3. 분리되더라도 검사 수사 역할 중요
제도가 바뀌어도 인력 구성이 그대로면 변화는 허상일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법조인에게 실망스러운 일일까? 검사직에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는 검사에게 속상한 일일까? 정의와 사명감에서 검사직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의 의지를 꺾는 것일까? 검찰의 ‘주된, 적극적’인 수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 검사는 소위 ‘법정 변호사’에 불과한 맥빠진 존재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검사의 수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종된, 소극적인 검찰수사는 공소의 제기와 유지를 위해, 형사절차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다. 형사절차의 윤활유와 같은 일이다. 이러한 검사의 수사가 본연의 업무인 공소의 제기 및 유지와 연결될 때, 검사는 진정한 ‘공익의 대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기소사건이라도 유죄판결 검증 노력으로 무죄 도출
검사가 새롭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영역도 있다. 형사재판의 가장 경계해야 할 오류를 바로잡고 정의를 되찾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많은 검찰청 내에 ‘유죄판결 검증 부서(convition interrity unit)’가 설치되어 과거의 오판을 밝히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활발해지고 있다.
뉴욕주 각 지방검찰청에는 총 17개의 유죄판결 검증 부서가 설치되어 있는데, 최근 15년간 90건 이상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일반 형사사건에도의 오판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기관 차원의 체계적인 노력은 여전히 부재하다. 형사절차의 완결성을 높이고 오류를 바로잡는 검사의 수사. 더 매력적이지 않는가, 더 정의롭지 않는가, 더 필요하지 않는가?
5. 검사 수사는 공소제기·유지에 방점
검사의 수사는 반드시 ‘칼을 휘두르는’ 수사가 아니라, 형사절차의 완결성과 공소의 제기 및 유지의 정당성을 높이는 ‘정의의 도구’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논의는 이점에서 더욱 성숙하고 정밀해져야 한다. 단순한 분리의 논의를 넘어, 기관의 역할과 정체성을 고려한 진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출처-
2025. 5. 24. 법률신문, 김면기 경찰대학 교수·수사실무연구회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오해와 이해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362002374[검찰 특별수사의 근본적 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