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내용
무속인이 굿을 통해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를 빙자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면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가석방을 위한 굿’을 벌인 무속인은 무죄 판결을 받은 반면 ‘로또 복권 당첨을 빙자한 굿’을 약속했지만 굿을 하지 않은 다른 무속인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판단이 다른 이유는 법원이 무속 행위를 단순히 결과로만 판단하지 않고 그 과정과 의도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 씨에게 무죄 판결 했다(2023고단709). A 씨는 2022년 7월 자신의 신당에서 피해자 B 씨에게 “당신 딸이 가석방될 수 있다”며 기도비와 굿비 명목으로 약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 씨의 딸은 대구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검찰은 A 씨가 무속 행위를 빌미로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가 실제로 굿을 진행했고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한 점을 고려해 이를 사기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속 신앙의 특성상 굿을 통해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이를 기망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 씨의 행위는 전통적인 무속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며 “무속인이 굿을 통해 결과를 약속하는 것은 전통적 관습에 따른 것이며 특정한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인 마음 잡기굿’ 유죄 이유는…
반면 무속 행위가 사기죄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C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2024노13). C 씨는 피해자에게 굿을 통해 전 남자친구와 재회시켜주겠다고 속여 1억 3590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았다. C 씨는 실제로 굿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C 씨가 실제로 굿을 했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를 굿 비용으로 지출했다하더라도 남자친구와 재회시켜주겠다는 약속은 객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며 “C 씨는 처음부터 피해자와 전 남자친구를 재회시킬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무속인 D 씨가 로또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2억 4000여만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2년을 확정했다(2023도17104). D 씨는 2011년부터 약 1년 3개월 동안 피해자에게 “로또 복권에 당첨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금품을 받아냈으나 실제 굿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로또 당첨을 빙자한 D 씨의 행위가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선 기망 행위로 판단했다. 무속인을 찾은 사람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 관련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경우 전통적인 관습이나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종교 행위의 선 넘으면 안 돼”
법조계에서는 무속인이 행하는 굿을 일종의 종교 행위로 보고 있어 굿을 통해 의뢰인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굿은 대부분 민간 신앙으로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정지웅(49·변호사시험 1회) 법률사무소 정 변호사는 “무속 신앙의 전통적 행위는 종교적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반면 그 선을 넘어 의뢰인을 속이거나 거짓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에는 사기로 처벌될 수 있다”며 “비현실적인 결과를 약속하거나 굿을 하지 않고 금품을 챙기는 경우가 해당된다”고 밝혔다.
-출처-
2024. 11. 2. 법률신문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576784301(사기굿 정리: 민사상 부당이득인가 사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