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개요
○ 원고는 2014. 5. 28. 취업취약계층 일자리제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독일 C사의 D Shredder(파쇄기, 이하 “D 파쇄기”라 한다)를 부착한 폐기물재활용설비 등을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는 2019. 3. 15. 기계설비 제조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되었고, 설립 당시부터 원고와 동일한 D 파쇄기를 부착한 폐기물재활용설비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 피고는 2016. 1.경부터 2019. 7. 31.까지 원고 회사의 “이사” 직함을 사용하면서, D 파쇄기 구매 업무 및 폐기물재활용설비 판매 영업 등을 수행하였고, 위 기간 중에 원고로부터 법인카드, 월 고정급여, 영업실적에 따른 상여금 등을 지급받았다.
○ 피고는 2019. 3. 15. 원고와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E의 설립 당시 그 초대 감사로 취임하였다. 이후 E는 피고의 영업활동을 통해 2019. 7. 31. F 주식회사(이하 ‘F’라 한다)와 사이에 ‘E가 F에게 대금 530,000,000원에 D 파쇄기를 기반으로 폐기물재활용설비를 제작·공급한다‘는 내용의 물품공금계약(이하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 피고는 원고 회사의 영업이사 직무와 E의 감사(사실상 영업직으로 보임)의 직무를 겸직한 중인 2019. 3. 15.부터 2019. 8. 3.까지 원고 회사의 법인카드로 6,670,292원을 사용하였고, 원고로부터 2019. 4월부터 2019. 7월까지 4개월분 급여로 매월 1,807,440원씩의 합계 7,229,760원을 지급받았다.

2. 관련법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2항).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라 함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판결 등 참조). 또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2181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등 참조).
3. 손해배상책임 발생
○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다가 제출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2016. 1.경부터 2019. 7. 31.까지 원고와 체결한 고용계약에 기초하여 원고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에 해당하는 원고 제조 설비의 판매영업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영업이사의 지위에 있었음에도,
원고의 경쟁회사인 E의 설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이후에도 원고의 영업이사로 재직한 기간에 E를 위해 원고의 생산제품과 사실상 동일한 E의 폐기물재활용설비의 판매를 위한 영업을 함으로써, 원고의 고용계약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배임적 행위를 하였고,
이는 적어도 원고에 대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위와 같은 배임적 불법행위(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피고는 원고 회사에서 영업이사로 근무하던 2018. 12.경부터 E 대표자(사내이사) G와 함께 E의 설립을 준비하였고, 원고의 법인카드를 E를 위한 영업활동에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는 원고의 영업이사로 재직할 당시에 E의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 체결을 위해 F을 방문하였고, E의 영업을 위해 원고의 폐기물재활용설비 카탈로그와 원고의 이사 명함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와 E의 대표자 사이내사 G는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 체결을 위해 수차 F을 방문하였는데, 위 물품공급계약 체결 직전까지도 H는 독일 C사로부터 파쇄장비 공급권을 얻지도 못한 상태였다.
④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에 사용된 I 모델의 파쇄기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는 위 물품계약 체결전인 2018년경에 이미 원고의 거래처에 I 모델의 파쇄기를 납품한 사실이 있다.

4. 손해배상책임 범위
○ 원고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해
① 원고가 F에게 원고의 폐기물재활용설비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그로인해 발생한 영업손실금으로 D 파쇄기 판매차익 139,086,190원에서 7,051,000원의 부대비용을 뺀 132,035,190원,
② 피고가 원고의 영업직과 E의 영업직을 겸직한 2019. 3. 15. 이후의 기간에 원고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금액 6,670,292원,
③ 원고가 피고에게 위 두 회사에서 겸직한 기간인 2019. 4월부터 2019. 7월까지 4개월간의 급여로 지급한 7,229,760원의 합계 145,935,24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원고와 F 사이에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에 반드시 체결되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고(그렇지 않다고 해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물품공급계약의 이행으로 원고가 139,086,190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피고의 법인카드 사용액 및 피고에게 지급한 급여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다만,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2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인 수액을 판단할 수 있는바(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18959 판결, 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0다246999, 247008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만일, 피고가 원고의 영업이사로서의 성실히 영업활동을 하였다면, 원고와 F 사이에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과 유사한 내용의 계약이 체결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만일 피고가 경쟁업체의 영업직을 겸직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면 원고가 피고와의 고용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하지는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의 원고 법인카드 사용금액 중에는 경쟁업체인 E의 영업에 사용한 금액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급여의 액수, 피고의 원고 법인카드 사용액,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대금 등 앞서 본 사정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결과를 참작해 보면, 원고의 손해액은 3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5.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 청구 일부 인용 : 전주지방법원 2020가단27505 판결]

-출처-
전국법원 주요판결, 2025. 2. 5. 전주지방법원 작성.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369085814
[횡령죄 성립하지 않고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