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 제도
우리나라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인 것을 들라 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형사기록 열람·등사를 꼽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불편함을 말하자면 이 지면을 다 할애해도 부족할 것 같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는 그 애로와 불합리함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선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되어도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겨우 고소장 정도를 받아 볼 수 있고, 기껏해야 자기가 한 말의 기재 정도를 볼 수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돼도 기록을 볼 수 없다. 구속영장 심문기일에서는 판사님께 “기록에 이런 것도 나오는데 아시나요? 맞나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2. 오늘날, AI시대와 동떨어진 제도 운영
재판을 받으려면 기록 열람·등사 청구를 해야 한다. 검찰청에서 보관하는 수사기록을 복사하려면 짧아도 일주일, 길게는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한다. 기록 보호 명목으로 자동복사는 허용되지 않고 손으로 한 장씩 넘기면서 복사해야 하고, 까만 펜으로 일일이 비실명화를 한 다음 검수를 받아야 한다.
요즘 웬만한 수사기록은 몇천 쪽, 몇만 쪽에 이른다. 심하게는 그 한 장 한 장을 다 복사해야 하고, 어렵게 복사를 해온 다음에는 다시 스캐너로 돌려 전자파일로 만들고, 종이기록은 구석에 쌓아 두다가 나중에 버린다. 도대체 무슨 이익 때문에 이렇게 시간과 인력과 물자를 낭비하는가?
3. 현행 형사재판 절차 문제점
재판에서 조서나 증인신문 녹취록이 생성되고 상대방이 문건이나 증거를 제출해도 법원에서 보내주는 경우는 없다. 매번 전산으로 새로운 문건을 확인하고 직접 가서 복사해와야 한다. 실제로 검사가 의견서 같은 것을 제출한지 모르고 재판정에 들어갔다가 황급히 열람만 하는 경우도 있다.
선배 변호사가 지방에 형사재판을 다닐 때는 기록 복사만을 위해 지역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할 만큼 절박한 문제다. 관행상 변호인은 문건을 제출할 때 판사, 검사, 참여관의 수만큼 부본을 뽑아가는데, 검사는 웬만큼 친절하지 않고서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4. 피해자 접근권 아예 봉쇄
피해자에게는 더 심하다. 사건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록에 접근할 권한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검사나 판사는 공소장이나 피해자 자신이 낸 문건이나 한 말 정도가 아니면 객관적인 증거도 피고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낸 ‘사죄서’를 열람하는 것도 허용해주지 않 았다.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2024. 10. 20.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어느 세월에 당사자에게까지 제공될지 막연하기만 하다. 개별 법규정이나 규칙, 예규 같은 것을 몇 개 바꾼다고 이런 ‘원시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5. 기록 열람·등사가 필요 없도록 법 개정 필요
나는 여기서 형사기록 열람·등사의 기본 전제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형사 외의 소송에서는 소를 제기하는 원고가 상대방에게 송달할 소장과 증거를 제공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종이소송의 경우 법원 제출본 외에 상대방의 수만큼의 부본을 첨부해야 한다.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하려면 고소장이나 첨부서류 같은 근거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고인 검사가 기소를 하면 당연히 공소장 부본과 함께 제출할 증거도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소 제기자인 검사에게 문건과 증거의 부본 제출 의무를 부과하면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왜 필요한가. 수만 쪽, 수십만 쪽에 이르는 증거기록은 대폭 줄어들 것이고 전자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어떤 정보를 가려야 하는지도 수사기관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이런 근본적인 해결책을 두고 왜 지엽적인 쟁점에만 몰두하는가?
-출처-
2025. 3. 15. 유영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우승·전 남양주지원장)
[요약]
♦ 불편하고 불합리한 형사기록 열람·등사
<수사단계>에서는기록 접근 거의 불가 <재판단계>에서도 수개월 기다려야 해, 복사는 한 장씩 넘기며 비실명화 뒤 검수까지, 다른 소송에서는 소를 제기하는 원고가 상대방에게 송달할 소장·증거 제공하는데왜 형사소송만 다른가?
♦ 문건과 증거 부본 제출 검사에게 의무를 부여하면 기록 분량 크게 줄고 전자화도 불가피할 것 형사기록 열람·등사의 기본 전제를 바꿀 시점

6. 근거법령
1.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재판확정기록의 열람ㆍ등사)
①누구든지 권리구제ㆍ학술연구 또는 공익적 목적으로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에 그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②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소송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소송관계인이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열람 또는 등사에 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된 경우
2.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국가의 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공공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3.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ㆍ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4.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관련 사건의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5.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피고인의 개선이나 갱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6.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영업비밀(「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의 영업비밀을 말한다)이 현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7. 소송기록의 공개에 대하여 당해 소송관계인이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
③검사는 제2항에 따라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그 사유를 명시하여 통지하여야 한다.
④검사는 소송기록의 보존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소송기록의 등본을 열람 또는 등사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원본의 열람 또는 등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소송기록을 열람 또는 등사한 자는 열람 또는 등사에 의하여 알게 된 사항을 이용하여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하거나 피고인의 개선 및 갱생을 방해하거나 사건관계인의 명예 또는 생활의 평온을 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제1항에 따라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한 자는 열람 또는 등사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당해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⑦제418조 및 제419조는 제6항의 불복신청에 관하여 준용한다.

2.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0조(재판확정기록의 열람ㆍ등사 신청)
① 법 제59조의2제1항에 따라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의 검사에게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하려는 경우에는 별지 제5호서식, 별지 제5호의2서식 또는 별지 제5호의3서식의 사건기록열람ㆍ등사신청서에 따른다.
② 법 제59조의2제2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소송관계인”이란 피고인, 변호인, 법인인 피고인의 대표자, 법정대리인, 특별대리인, 보조인, 당사자 이외의 상소권자(피고인의 배우자ㆍ직계친족ㆍ형제자매 등), 피해자, 고소인ㆍ고발인을 말한다.
③ 법 제59조의2제2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이해관계 있는 제3자”란 제8호에 규정된 소송관계인 외의 자로서 범죄 신고인, 진정인, 참고인, 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 등 해당 형사절차에 관여하거나 해당 사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제20조의2(수사서류 등의 열람ㆍ등사 신청)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수사준칙 제69조제1항 및 제5항(수사준칙 제16조제6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진정사건ㆍ내사사건ㆍ시정사건ㆍ수사사건 및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본인의 진술이 기재된 부분(녹음물 및 영상녹화물을 포함한다)과 본인이 제출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5호서식, 별지 제5호의2서식 또는 별지 제5호의3서식의 사건기록열람ㆍ등사신청서에 따른다.
1. 피의자, 피진정인, 피내사자 또는 피혐의자
2. 고소인ㆍ고발인 또는 피해자, 진정인,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
3.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자의 변호인
4.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자의 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서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자의 위임장 및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한 사람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수사준칙 제69조제3항 또는 제5항(제16조제6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고소장, 고발장, 이의신청서, 항고장 또는 재항고장에 대하여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5호서식, 별지 제5호의2서식 또는 별지 제5호의3서식의 사건기록열람ㆍ등사신청서에 따른다.
1. 피의자
2. 피의자의 변호인
3. 피의자의 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서 피의자의 위임장 및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한 사람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수사준칙 제69조제4항에 따라 현행범인체포서, 긴급체포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에 대하여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5호서식, 별지 제5호의2서식 또는 별지 제5호의3서식의 사건기록열람ㆍ등사신청서에 따른다.
1. 체포ㆍ구속된 피의자
2.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
3.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의 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서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의 위임장 및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한 사람
제20조의3(불기소사건기록의 열람ㆍ등사 신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수사준칙 제69조제2항에 따라 별지 제5호서식, 별지 제5호의2서식 또는 별지 제5호의3서식의 사건기록열람ㆍ등사신청서에 따라 불기소사건기록 중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1. 피의자이었던 자
2. 고소인ㆍ고발인 또는 피해자,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
3.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자의 변호인
4.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자의 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서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자의 위임장 및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한 사람
제21조(허가여부의 결정 등)
①검사는 제20조, 제20조의2 및 제20조의3에 따른 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신속하게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②검사는 제1항의 결정을 함에 있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소명하는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③검사는 신청의 전부나 일부를 허가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별지 제6호서식의 사건기록 열람ㆍ등사 불허가 통지서 또는 별지 제6호의2서식에 따른 재판확정기록 열람ㆍ등사 불허(제한)통지서에 그 이유를 명시하여 통지해야 한다.
④ 검사가 재판확정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허가한 경우 보존사무담당직원은 신청인으로부터 별지 제6호의3서식에 따른 서약서를 수령하여야 한다.
제22조(수사서류 등의 열람ㆍ등사의 제한)
① 검사는 제20조의2 및 제20조의3에 따른 수사서류 또는 불기소사건기록 등의 열람ㆍ등사의 신청에 대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 및 수사준칙 제69조제6항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사서류 또는 불기소사건기록 등의 열람ㆍ등사를 제한할 수 있다.
1.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의 위임에 따른 명령에서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2. 국가안전보장이나 국방ㆍ통일ㆍ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공공의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3. 기록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4.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관련 사건의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재판 또는 형집행에 관한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5.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비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수사방법상의 기밀이 누설되는 등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또는 재판에 관한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6.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7. 기록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8.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사건관계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9.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에게 부당한 경제적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거나 공정한 경제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10. 그 밖에 기록을 공개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할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② 특수매체기록에 대한 등사는 제1항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조사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ㆍ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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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인의 수사기록열람등사신청권 인정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