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

★ ‘수사·기소 분리 주장’은 형사소송구조 개념 혼동의 결과로 충분한 논의 통한 공감대 요구 ★

1. 의제

검찰 개혁형사사법 제도법조 환경에 큰 변화를 초래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전문가 여러분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환영합니다.

사기고소결과
사기고소결과

2. 소송구조에 대한 이해부족과 번역상의 오류

현재 한국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려는 입법논의가 진행중이다. 입법추진의 배경에는 소위 ‘수사-기소 분리론’이라는 주장이 자리잡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있고, 이것이 글로벌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 이러한 수사-기소 분리론’은 소송구조에 대한 이해부족번역상의 오류에 기인한 것으로 그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내란특별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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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륙법계 수사-기소 분리론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는 여러 차례 법령 개정을 거쳐 1808년 프랑스 치죄법을 제정했고, 이 법이 독일 등 유럽대륙에 퍼져 대륙법계 형사법의 근간이 되었다. 일본은 대륙법계 형사절차를 받아들여 1880년 치죄법, 1890년 명치형소법, 1922년 대정형소법을 제정하였고, 일본 형소법은 일제 강점기때 조선형사령을 통해 한국에도 의용되었다.

프랑스 치죄법은 소추와 수사 기능의 분리(La séparation des fonctions de poursuite et d’instruction)를 원칙으로 삼고 있고, 이러한 원칙은 모든 대륙법계 형사법에서 받아들여졌으며, 1954년 한국의 형소법이 제정될 때까지 깨지지 않는 철칙으로 남아있었다.

이 원칙에 의해 기소를 담당하는 기소권와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권은 분리된다. 이렇게 보면 수사-기소 분리론은 대륙법계의 전통적인 원칙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해다. 대륙법계의 ‘소추-수사 기능의 분리 원칙’에서 수사(l’instruction)는 수사기관이 수행하는 수사가 아니라 예심판사가 주재하는 심리, 즉 예심재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소와 재판(예심재판)을 분리하여 재판 전 기소까지의 절차는 검사가 주재하고, 기소후 예심재판은 예심판사가 주재한다는 것이다. 대륙법계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기소와 재판의 분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은 1954년 형소법을 제정하면서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예심재판의 권한과 기능을 검사에게 부여했다. 그 결과 검사가 수사의 형식으로 예심심리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에서는 예심심리라는 말이 없어지고, 그 활동을 수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형식은 행정작용(수사)이지만, 실질은 사법작용(예심심리)인 준사법작용을 검사가 수행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수사와 예심심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개념적인 혼동이 생겼다. 흔히 프랑스의 ‘예심판사’를 ‘수사판사’라고 부르거나, ‘프랑스에서는 예심판사가 수사활동을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런 개념적 혼동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권을 중수청에 부여하려는 입법시도 역시 이런 개념적 혼동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실질적 의미는 수사권과 재판권(예심심리권)을 분리하여 재판권을 중수청에 부여하는 것이다. 재판권은 사법권이고, 사법권은 우리 헌법상 사법부(법원)에 부여되어 있다. 일반행정기관인 중수청에 사법권을 부여하는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

수사기소분리주장
수사기소분리론

4. 영미법계 수사-기소 분리론

다른 하나의 오해는 영미법계의 형사절차와 관련된다. 수사-기소 분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미법계에서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므로 한국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어 수사권은 경찰이, 기소권은 검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이것 역시 오해다. 이러한 오해는 근대적 형사절차의 구조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근대적 형사절차는 영미법, 대륙법을 불문하고 모두 한 번의 수사와 두 번의 재판을 거치는 3단계 구조였다. 두 번의 재판은 예심과 공판이다. 영미는 지금도 한 번의 수사와 두 번의 재판을 거친다.

재판절차가 두 번 개시되기 때문에, 기소도 두 번 한다. 먼저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한 후 법원에 데려가 예심절차의 개시를 요구하는데 이를 보통 charge라고 한다. 이것이 1차 기소다. charge가 되면 사건은 치안판사 법원의 관할에 들어가 법원의 재판절차가 시작되고, 수사기관의 수사는 종결된다. 따라서 영미에서는 모든 수사가 charge 이전 단계(pre-charge)에서의 수사다.

다시 말해 3단계 소송구조 중 1단계에서의 수사다. 2단계(예심), 3단계(공판)는 법원이 주도하고, 수사기관이 수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미에서는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제도가 없다. 당연히 구속된 피의자를 신문하는 경우도 없다. 피의자가 구속되었다는 건 이미 기소(charge)되었다는 의미이고, 법원에 재판이 계속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심재판(2단계)에서는 유무죄를 가리는 본안 재판을 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검사는 법원에 공소장 초안을 제출하는데 예심절차를 거쳐서 대배심이 그 초안에 ‘True Bill’이라는 기재를 하면 초안이 정식 공소장(indictment)이 되고, ‘No Bill’이라고 기재하면 절차가 중단되고 피고인은 석방된다. 이 정식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2차 기소를 통해 두 번째 재판절차인 공판(3단계)이 시작되고, 이 절차에서 유무죄를 결정한다.

영미에서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수사(1단계)는 예심재판의 개시 전에 수행되는 수사다. 2차 기소(indictment) 전의 수사가 아니라, 1차 기소(charge) 전에 수행되는 수사다. 예심재판(2단계)의 개시와 함께 수사는 종료되고 재판이 시작된다. 반면 한국은 1954년 형소법을 제정하면서 수사, 예심, 공판의 3단계 형사절차에서 예심절차를 폐지해 수사, 공판의 2단계 형사절차가 되었다.

예심재판이 담당하던 기능과 권한은 검사에게 부여되어 검사가 수사의 형식을 통해 수행한다. 그 결과 한국에서의 수사는 영미법계의 수사(1단계) 외에 치안판사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작용(2단계)을 포함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제도가 존재하고, 수사기관이 구속된 피의자를 신문한다.

기소도 한 번이고, 기소가 되면 바로 공판이 개시된다. 영미와 한국의 구조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면적으로만 보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영미식의 절차를 따르는 것 같다. 여기서 ‘영미의 수사개념’과 ‘한국의 수사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는 개념의 혼동이 생긴다.

1단계에서의 수사(영미)와 2단계에서의 수사(한국)를 혼동하여 ‘수사-기소 분리’가 한국에서 의미하는 내용이 간과된다. 한국에서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2단계에서의 수사가 분리된다. 그 결과 일반행정기관인 경찰이나 중수청 수사관이 독자적으로 구속된 피의자를 신문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영미법계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오히려 영미법의 관점에서 보면 “공개된 법정에서 판사나 배심원도 피의자를 신문하지 못하는데, 비공개 조사실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여 증거를 생산하는 괴물같은(monstrous)” 제도가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구조적 차이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 개념이 혼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되지 않을 뿐이다.

불송치결정
불송치결정

5. 수사-기소 분리위해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정리하면 근대 형사절차① 수사, /② 예심, /③ 공판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영미법계와 프랑스 등 일부 대륙법계는 아직 이 세 번의 절차를 유지하지만, 한국, 독일 등 일부 대륙법계는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수사와 공판의 두 부분으로 구성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심절차의 기능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 기능을 준사법기관인 검사에게 부여하여 수사의 형식을 통해 수행하게 했다.

이런 소송구조에서 수사기능, 예심기능, 공판기능은 각각 수사기관, 준사법기관(검사), 사법기관(법원)에게 부여된다. 준사법기관은 준사법작용을 하는 행정기관을 말하고, 준사법작용은 행정기관이 형식적 행정작용을 통해 실질적 사법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검사는 수사기관인 동시에 준사법기관이다.

1954년 이후 한국은 이 구조를 채택했다. 그래서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수사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준사법기관으로서 예심기능을 수행한다. 검사가 수행하는 수사활동 중 고유한 수사는 행정작용에 속하지만, 예심적 수사는 실질적 사법작용에 속한다. 실질적 사법작용인 예심적 수사활동을 행정관료인 검사가 수행하기 때문에 검사를 준사법기관이라고 한다.

형사소송의 구조변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여기서 개념의 혼동이 생긴다. 수사기관인 검사가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겸하다 보니 준사법기관에 부여된 예심권한을 수사기관에 부여된 (고유한)수사권이라고 혼동하는 것이다.

2020년 한국은 형소법 개정을 통해 일반행정기관인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했고, 그 수사권에는 실질적 사법작용인 예심적 수사권도 포함된다. 헌법상 사법권은 법원에 부여되어 있으므로 행정기관이 실질적 사법작용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근거가 있거나, 헌법의 해석을 통해 이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입법을 하려면 먼저 ‘경찰의 준사법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니라면 장래에 경찰의 준사법기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경찰의 사법권행사를 규정한 헌법규정이 있는지’, ‘헌법해석을 통해 경찰의 사법권행사의 정당성을 도출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해결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아쉽게도 2020년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는 이런 헌법적 문제들에 대한 검토가 모두 누락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현재 시도되고 있는 형소법 개정에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한국은 형사소송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과 번역상의 오류에 기인한 개념상의 혼동으로 일반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유례없는 수사구조를 만들었고, 현재 그 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입법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달리 그 결과는 헌법을 위반하여 행정권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개혁
검찰개혁

-출처-

2025. 8. 13. 법률신문, 김성훈 검사(대전고검) ‘수사기소분리론’은 개념 혼동의 결과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923033232[검찰개혁과제]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901278572[추석 전, 검찰청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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