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급부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시작된 혁신은 이제 중동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굳어졌다. 두바이 상공회의소 디지털 경제부가 발간한 ‘2024 두바이 스타트업 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UAE 전체 스타트업의 86%가 두바이에 집중되어 있으며, 2017년 이후 UAE 스타트업 투자금의 95% 이상이 두바이로 유입됐다. 그 성장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있다.
2. 정부 주도 전략적 생태계 구축
두바이의 변화는 정부의 전략적이고 일관된 개입에서 비롯됐다. 한국도 정부 주도 산업이 많지만,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이 영향을 받거나 정치 쟁점화되어 폐기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두바이는 왕정 체제의 특성상 한번 수립된 정책이 30년 이상 일관되게 지속되는 강점을 지닌다.
UAE 정부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담당 부서를 신설했고, 2023년에는 가상자산규제청(VARA)을 설립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오마르 술탄 알 올라마 UAE AI·디지털경제 담당 장관은 취임사에서 “두바이의 인프라는 스타트업 성장의 기반”이라며 “고속 인터넷 연결성, 클라우드 컴퓨팅, 최첨단 물류 시스템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자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3. 외국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정책
특히 주목할 점은 외국인 창업자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이다. UAE정부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100% 외국인 소유권을 보장하고, 적격기업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하며, 10년짜리 골든비자를 발급해 장기 거주를 보장한다. 또한 두바이는 40개가 넘는 프리존을 운영하며 각 산업별 특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4.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투자 환경
자금 조달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2023년 두바이 기반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총 63억8500만 달러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전체 투자액의 36%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1억3300만 달러에서 거의 5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두바이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투자자 인터뷰에서 두바이 퓨처 디스트릭트 펀드의 나데르 알 바스타키 대표는 “두바이는 동서양을 잇는 전략적 위치,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 혁신 허브로서의 입지, 풍부한 자금 조달 기회, 높은 삶의 질 등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벤처캐피탈들의 중동 지역 본부가 속속 두바이에 설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어 스웨이드 글로벌 벤처스 창업자는 “UAE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를 통해 지역 및 글로벌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돕는다”며 “쉬운 사업 설립, 강력한 거시경제 기반, 높은 1인당 GDP 등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5. 한국 기업, 기회 ‘맑음’
현재 UAE에는 약 1만명의 한인이 거주하며, 2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중동 최대 규모다. K-뷰티, K-푸드, 에듀테크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핀테크와 AI 분야 진출도 늘고 있다.
UAE 전역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30여 곳,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포함한 의료기관이 1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서비스를 무기로 현지인은 물론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헤어살롱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으며, 한류 열풍과 함께 현지인과 다국적 고객이 크게 늘었다.
두바이 소재 한인기업인 타이드솔루션의 윤홍성 대표는 “한국의 기술력과 두바이의 자본, 시장 접근성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특히 두바이를 거점으로 중동, 아프리카 시장으로 확장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2024년 10월 열린 GITEX 전경. GITEX는 매년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 박람회다. ‘Expand North Star’는 GITEX GLOBAL에 포함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스타트업 행사다. 전 세계 스타트업과 투자자, 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 트렌드를 탐색하고 비즈니스·투자 기회를 창출한다. 올해 Expand North Star는 두바이 하버에서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GITEX
6. 주요 성공 사례
두바이는 이미 여러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텔레그램(29억1000만 달러), 캐리엄(우버에 7억7170만 달러에 인수), 타비(17억4400만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키토피(8억400만 달러), 프로퍼티파인더(7억900만 달러) 등도 유니콘 후보로 꼽힌다.
특히 블록체인 분야의 성장이 눈에 띈다. 국제 블록체인 분석기관 체이널리시스는 최근 두바이에 중동 지역 본부를 설립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VARA의 설립으로 두바이가 암호화폐 허브로 자리잡았다”며 “규제의 명확성과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들의 존재가 지역 본부 설립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현지언론에 밝혔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인 넥써쓰의 김재영 두바이법인장은 “두바이는 체계적인 스타트업 허브로 지원적인 규제 환경과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정부의 비전과 리더십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7. 남은 과제와 미래 전망
하지만 도전 과제도 있다. 현지 비즈니스 관행인 ‘와스타(인맥)’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라마단 기간 중 업무 중단, 금요일 휴무 등 한국과 다른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기업들이 많다. 또한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용경 경기비즈니스센터 두바이소장은 “두바이는 비즈니스 환경과 생활 인프라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라면서도 “문화 차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장벽과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한국 스타트업들의 초기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8.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의 성지로 거듭나다
그럼에도 두바이의 스타트업 미래는 밝아 보인다. UAE 정부는 ‘D33 아젠다’를 통해 2033년까지 두바이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세계 3대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30개 유니콘 육성, 400개 도시와 무역 연결, 6만 5000명의 에미라티(현지인) 청년 고용 창출 등 100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두바이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두바이는 단순히 돈으로 만든 도시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시”라며 “세계 최고층 빌딩, 인공섬, 무인택시 등 기획된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두바이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유리한 지리적 위치, 개방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바탕으로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중동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글로벌 확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두바이 상공회의소 디지털 경제부 「2024 두바이 스타트업 가이드」, The National UAE, 두바이 퓨처 디스트릭트 펀드, 체이널리시스, 경기비즈니스센터 자료,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출처-
2025. 9. 13. 법률신문 원요환 에어아라비아 부기장 텔레그램 배출한 두바이, 이제 암호화폐 허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