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개의 내란특별재판부 법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2024. 12. 3. 선포하였던 비상계엄으로 인하여 내란죄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안이 2개 제출되어 있다. 그 하나는 ① 박찬대 의원 등 115인이 발의한 “12. 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박찬대 의원안)이고,
다른 하나는 ② 이성윤 의원 등 25인이 발의한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성윤 의원안)이다. 두 법안은 모두 위 사건에 관하여 특별재판부 또는 전담재판부를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 박찬대 의원 안
박찬대 의원안은 위 사건에 관하여 구속영장 등의 청구에 대한 심사를 전담할 법관과 1심 및 2심 재판을 담당할 특별재판부의 판사를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면 그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는 국회가 추천한 3명,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3명,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재판에서 제척된다.
(2) 이성윤 의원 안
이성윤 의원안은 위 사건에 관한 영장전담법관과 1심 및 2심 재판을 담당할 전담재판부의 판사를 대법원장이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가 추천한 1명,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4명,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4명으로 구성된다.
이하에서는 이를 모두 내란특별재판부법안이라고 부른다.

2.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헌법에 ‘공정한 재판’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재판청구권이 국민에게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의한 재판이 공정하여야만 할 것은 당연한 전제이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의하여 함께 보장된다(헌재 2013. 3. 21. 선고 2011헌바219 결정; 2024. 8. 29. 선고 2021헌바146 결정 등).
그런데 이러한 재판청구권에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우리나라도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4조 제1항, 유럽인권협약 제6조 제1항도 이 점을 밝히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CASE OF GUÐMUNDUR ANDRI ÁSTRÁÐSSON v. ICELAND, 2020, §232)는 독립성과 공평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법기구는 유럽인권협약 제6조 제1항이 규정하는 법원(tribunal)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판례(헌법재판소 1996. 3. 28. 선고 93헌바27 결정 등)는, 헌법 제27조 제1항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9월 23일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를 개회하고 있다. 이날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해 박찬대·이성윤 의원안이 각각 심사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3. 내란특별재판부법안들의 목적의 정당성 따져볼 필요
(1) 문제 소재
그런데 내란특별재판부법안은 이러한 공평한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위 법안의 목적은 내란 등의 사건에 대하여 원래 법원의 사무분담기준에 의하여 결정되는 법원이 재판하는 것을 막고, 위원회가 추천하는 법관이 재판하게 함으로써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피고인들이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정해진 법관이 과연 공평한 법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점은 매우 의심스럽다.
(2) 독일 판례
과연 공평한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인지 이 점에 관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Plenum)의 판례(1997. 4. 8. 결정, BVerfGE 95, 322 = NJW 1997, 1497)를 살펴본다.
이 사건에서는 상고법원의 재판부 인원이 재판하는데 필요한 인원보다 더 많은 경우에, 어느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할 것인가를 재판장이 재량으로 정하는 것이 허용되는가가 문제되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는 허용되지 않고, 사전에 추상적·일반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례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본다. “기본법 제101조 제1항 제2문(누구도 자신의 법률상 법관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은 법률에 의한 법관을 보장함으로써 사법이 재판기관의 조작에 의하여 사건 외부의 영향을 받는 위험을 예방하려고 한다.
개별 사건에 관하여 재판을 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으로부터 그러한 조작이 행해지는가에 관계없이 회피되어야 한다. 그에 의하여 사법의 독립이 지켜지고, 법원의 불편부당성 및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추구하는 자와 공공의 신뢰가 달성될 수 있다. 권리를 추구하는 시민이, 그의 사건과 그를 고려하여 선임된 법관을 상대하여야 할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면, 이러한 신뢰는 손상을 입게 된다.”
이처럼 내란특별재판부법안이 공평한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면, 이것이 비례의 원칙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법안들이 우선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내란 관련 재판에 관하여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하여 재판을 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는 사법의 독립과는 정면으로 충돌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안들은 목적의 정당성 자체를 갖추지 못하였다.
(3) 법안 옹호론자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법안을 옹호하는 논자들은 헌법 제27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제102조 제3항은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로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도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이 만능은 아니다. 그러한 법률은 헌법에 합치하여야 하는 것이다.

4. 정의는 지켜져야 할 뿐 아니라 명확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이 지켜진다고 보여야 한다
이 말의 연원은 1924년 영국 고급법원(High Coury)의 R. v Sussex Justices 판결에서 수석법관(Lord Chief Justice)이었던 히워트 경(Lord Hewart)의 판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혀 치안법원(Magistrates’ Court)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위 재판부의 법률보좌관(clerk)은 피고인을 상대로 위 사고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무법률사무소의 파트너였다. 그러자 피고인 측에서 이 점을 이유로 하여 위 유죄판결을 파기해 달라고 하였다.
히워트 경은 위 법률보좌관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죄판결을 파기하였다. 그는 정의는 지켜져야 할 뿐 아니라 명확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이 지켜진다고 보여야 한다는 것은 그냥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하였다
(“it is not merely of some importance but of fundamental importance that justice should not only be done, but should manifestly and undoubtedly be seen to be done.”)
영국의 귀족원(House of Lords)은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면책특권을 가지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최초에는 이를 부정하였으나, 두 번째 재판에서는 첫 재판에 관여하였던 호프만 경(Lord Hoffmann)이 이 사건에 참가한 암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의 산하 단체 의장을 맡았다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첫 재판을 파기하면서, 히워트 경의 위 판시를 인용하였다{Regina v Bow Street Metropolitan Stipendiary Magistrate, ex parte Pinochet Ugarte (No 2), 1999}.
5. 결론
내란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마땅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 절차는 공정하여야 하고, 법원의 공평성에 의문이 제기되어서는 안 된다.

-출처-
2025. 11. 1. 법률신문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