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대표적 성희롱 사건, 로이슨 젠슨 사례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노스 컨트리’는 1980년대에 있었던 미국 역사상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집단소송인 ‘로이스 젠슨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로이스 젠슨은 1975년 미국 미네소타주 북부의 에블레스 타코나이트 철광산 작업장에 취직했다.
그녀를 비롯한 여성 노동자들은 다수의 남성 동료로부터 노골적인 성적 농담, 신체 접촉, 스토킹 등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회사는 이를 ‘남자들 사이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로이스 젠슨과 동료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Jenson v. Eveleth Taconite Co.).
피해 여성들은 10년이 넘는 오랜 법정 다툼 끝에 1998년에 사측과 수백만 달러에 합의하고 회사의 명예가 실추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성희롱 행위에 대한 사업주의 방임이 불러온 냉혹한 결과였다.
2. 우리 사회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증가 추세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25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608건이던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2024년 1,997건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8월까지만 해도 1,280건이 접수되었다. 또한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의하면 2025년 성폭력 상담 인원 중에 직장 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19.8%로 전체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3.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 조치의무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에게 구체적인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1) 직장 내 성희롱 정의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성적 언동에는 추행이나 강간도 포함될 수 있다.
(2) 사업주 조치의무와 벌칙
사업주가 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그와 같은 사실을 ① 인지할 때는 바로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② 피해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 장소 변경, 유급 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③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하여 징계·근무 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④ 성희롱 사실의 신고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
⑤ 피해 조사 의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의무 등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데에 그치지만, ⑥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양벌규정에 따라 행위자 외에 법인까지 처벌될 수 있다.

4. 판례로 본 ‘불리한 처우’ 구체적 유형
(1) 불리한 처우에 관한 법 규정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불리한 처우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은 이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① 파면, 해임, 해고 등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②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③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④ 성과 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⑤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⑥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가 그것이다.
(2) 신분 상실에 관한 판례
‘신분 상실’ 불이익 사례로는
① 직원들로 하여금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게 하고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다는 이유로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를 해고한 사례(부산지법 2018고단3845),
② 피해자를 원장실로 불러 끌어안고 입맞춤하여 추행한 사업주에게 피해자가 항의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사업주를 무고한다’라며 해고한 사례(천안지원 2025고단1466),
③ 안아보고 싶다며 끌어안고 가슴을 만져 추행한 사업주에게 피해자가 항의하자, ‘고발하고 사표를 쓰라’라고 말하며 피해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퇴직 처리한 사례(서울중앙지법 2022고단5966),
④ 회사 지사장이 파견근로자인 피해자와 단둘이 가진 2차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거나 팔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하고, 피해자로부터 ‘두 사람만 회식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항의를 받자, 파견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사례(서울중앙지법 2016고단767) 등이 있다.
(3) 부당한 인사 조치에 관한 판례
부당한 또는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 사례로는,
①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사팀에 신고하고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 직장 동료로부터 소송에 필요한 진술서를 받자, 동료를 협박해서 진술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징계한 사례(2020도16868),
② 부서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취지로 고충 처리 신청을 한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연구원으로 직무 재배치한 사례(서울중앙지법 2021고단5921) 등이 있다.
(4) 성과평가 차별에 관한 판례
성과 평가의 차별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식사 자리에서 추행당한 피해자가 회사 대표에게 이를 알리고 유급 휴가를 사용하자, 3년 전부터 하지 않던 인사 평가를 갑자기 실시하여 피해자를 최하위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권고사직을 통보한 사례(서울중앙지법 2023고단3827)가 있고,
(5) 교육훈련 기회 제한한 사례
교육훈련 기회를 제한한 사례로는 신입사원인 피해자가 상급자들의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문제 삼자 신입사원 교육훈련 과정에서 피해자를 제외하고, 수습 평가표를 불리하게 작성한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거부한 사례(순천지원 2021고단1309)가 있다.
(6) 정신적·신체적 손상 가한 사례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한 사례로는, ① 추행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사직하겠다고 하는 피해자에게 ‘멍청한 돌대가리’, ‘뽑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고 폭언한 사례(의정부지법 2025고단1668), ② 연구센터장이 추행 피해를 당한 인턴연구원에게 ‘딸이 있는 아빠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고가 들어가면 센터가 감점을 받는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례(대전지법 2024고단3165)가 있다.

5. 불리한 처우 판단기준
[‘불이익’을 판단하는 기준]
판례의 사례들에 등장하는 사업주들은 피해자에게 가해진 불이익 처우와 성희롱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정하면서, 그와 같은 조치는 회사 차원에서 필요하고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1) 피해사실 신고와 불이익 처분의 인과관계 비교형량
사업주의 해고, 인사 조치, 성과 평가 등 특정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과는 무관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거나 회사 운영을 위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성희롱 피해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필요하고 적정한 경영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사정이 소명될 때는 법 위반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성희롱 피해 사실의 신고와 불이익 처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등을 통해 위와 같은 사업주의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주요한 쟁점이 된다.
(2) 불리한 처우 판단기준 : 종합적 고려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할 때는 사업주의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자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피해자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자가 입은 불이익의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자가 구제신청을 한 경우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6. 결론 : 피해자 보호는 사업주 의무를 이행하는 것
2026년 2월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 내 성범죄로부터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51.4%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직장 내 성범죄와 회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사업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이스 젠슨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주가 사건을 방치하거나 피해자를 외면하면 회사 역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소송은 물론 회사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입고 건강한 기업경영에 저해 요인을 자초하는 격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단지 친절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하는 의무이다. 나아가 보호해야 하는 피해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은 범죄이다.
-출처-
2026. 5. 2. 법률신문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직장내 성폭력·성희롱 사건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의무

7. 문답풀이(Q&A) 쟁점정리
1980년대 미국의 로이스 젠슨 사례가 보여주듯, 직장 내 성희롱을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의 사소한 장난’으로 치부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현대 노동법 체계에서 사업주의 방관은 단순히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법적 리스크이자 형사처벌의 대상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회사를 ‘나를 지켜줄 울타리’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통계는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핵심은 성희롱 사실 확인 시 즉각적인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징계, 따돌림 등의 ‘보복성 불이익’을 가할 경우 사업주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Q1. 사업주가 성희롱 신고를 받은 후 ‘인사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부서를 옮기거나 성과 점수를 낮게 줬다면, 이를 무조건 보복성 불이익으로 보나요?
A1. 단순히 조치가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그 ‘타이밍’과 ‘경위’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봅니다. 만약 해당 조치가 성희롱 문제 제기 직후에 이루어졌거나, 평소 관행과 달리 이례적이었다면 사업주가 내세우는 ‘경영상의 필요성’은 대개 핑계로 간주된다. 특히 수년 동안 하지 않던 인사평가를 갑자기 실시해 최하점을 주거나, 신입사원 교육에서 배제하는 행위 등은 교묘한 형태의 ‘불리한 처우’로 인정되어 형사처벌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결국 인사권이라는 방패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었는지가 쟁점이다.
Q2. 성희롱 사실을 조사하지 않은 과태료(500만 원 이하)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등) 사이에 처벌 수위 차이가 왜 이렇게 큰가요?
A2. 이는 입법자가 ‘절차적 미숙’과 ‘악의적 보복’을 질적으로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를 소홀히 한 것은 행정적인 의무 위반에 가깝지만, 피해자에게 해고나 폭언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사법 체계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를 봉쇄하는 ‘악질적 범죄’로 판단한다. 즉, 회사가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해 가하는 유·무형의 압박을 우리 법은 기업 경영의 영역이 아닌 형사 정의의 영역에서 다스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Q3. 피해자가 스스로 사직서를 낸 경우에도 사업주가 ‘신분 상실의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될 수 있나요?
A3. 형식상 사직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등 떠밀린 퇴사’라면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된다. 판례에 따르면, 추행에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고발하고 사표 써라”라고 압박하거나 폭언을 퍼부어 사직서를 받아낸 경우, 법원은 이를 자발적 퇴사가 아닌 사업주의 위력에 의한 해고와 동일하게 취급하였다. 겉으로는 사직 절차를 밟았더라도 그 과정에 사업주의 부당한 사퇴 종용이나 괴롭힘이 개입되었다면,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불리한 처우’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류되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8. 요점정리
[“리스크 관리의 시작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이제 기업 운영에 있어 성희롱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은 단순한 인사 관리를 넘어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의 핵심 지표가 되었다. 사업주는 성희롱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자신이 ‘심판자’가 아니라 법령에 따른 ‘조치 의무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친절을 베푸는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징역형과 수천만 원의 벌금, 그리고 기업 이미지 추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회사를 방어하는 가장 확실한 경영 전략이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을 ‘골칫덩이’로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이 이어지는 한, 제2, 제3의 로이스 젠슨 사건은 언제든 우리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https://solomon24.kr/★★-자동차-판매-지점장이-남자직원들에게-앉아서/
https://blog.naver.com/duckhee2979/223879879705[직장 내 성희롱, 법적 책임]

